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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르메르-레앙, `사활' 건 일전

중앙일보

입력

`너를 꺾어야 내가 산다.'

'98월드컵축구 결승 후 3년만에 만난 프랑스와 브라질의 컨페더레이션스컵 4강전은 유럽과 남미를 대표하는 두 사령탑간 싸움까지 맞물려 더욱 흥미진진하다.

사실상 컨페드컵 성적에 `목'이 걸린 브라질 에메르손 레앙(52) 감독은 물론 올해 스페인과 호주에 패한 프랑스 로저 르메르(60) 감독 역시 지기라도 한다면 여론의 표적이 될 공산이 커 가슴 졸이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레앙 감독은 당장 프랑스전이 자신의 무덤이 될지 모를 벼랑 끝에 서 있다.

지난해 10월 룩셈부르고의 뒤를 이은 레앙은 난파위기에 처한 브라질대표팀에 세대교체를 통한 신,구간 조화란 처방을 제시했으나 현재 남미예선 4위로 월드컵 본선행 여부도 불투명해질 만큼 가시적 성과가 없어 도중 하차할 궁지에 몰려 있다.

이미 그의 후임자로 '94미국월드컵 우승감독 카를로스 파레이라가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레앙에 대한 경질 여론은 특히 브라질축구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이번 컨페드컵에서 캐나다, 일본과 0-0으로 비기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는 듯한 양상이다.

르메르 감독도 좌불안석이다.

프랑스월드컵 직후 코치에서 승진한 뒤 유로 2000 우승 등 승승장구했으나 지난3월 스페인전서 0-1로 패퇴한 뒤로 대표팀과 그를 보는 바깥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이탈리아에 시종 끌려다가 역전 우승했던 지난해 유럽선수권에 행운이 깃들었다는 `솔직한' 평가와 함께 2진을 기용한 호주전에서 0-1으로 진 뒤 `과연 프랑스축구의 미래는 있나'란 의문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2진급으로 구성된 브라질에 패한다면 르메르로서는 그동안 싫어도 꾹 참아왔던 프랑스 언론의 십자포화와 함께 축구협회 등 안팎의 압력으로부터 입지가 좁아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두 감독은 스타출신이자 고집불통이라는 점에서도 여러모로 닮은 꼴이다.

르메르 감독은 나이 서른이던 71년까지 3년간 대표팀 부동의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하며 프랑스에 6차례 국제대회 우승컵을 안겼고 수비수로서는 드물게도 3차례나 프랑스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75년 유고 레드스타 감독을 시작으로 랑스, 파리FC, 스트라스부르 등 국내 프로팀에서 두루 감독을 지낸 뒤 94년에는 프랑스군팀 감독을 맡아 이듬해 세계군인선수권에서 우승했다.

레앙 감독은 명골키퍼 출신으로 70년 멕시코부터 82년 스페인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고 지난해 세계최강 브라질 사령탑에 올라 `성공시대'를 완성했다.

현역 때 몸담았던 브라질의 명문 파우메이라스와 산토스에서 지휘봉을 잡았고 일본 J-리그에도 진출해 시미즈 S-펄스(93-94년)와 베르디 가와사키(96년)에서 감독을 역임했다.

컨페드컵 4강전에 `사활'을 건 엘리트 출신의 두 감독의 운명이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뒤 어떤 식으로 뒤바뀔 지 주목된다.(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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