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주택경기 침체에 별일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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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요즘 주변에 속상한 집주인이 참 많습니다. 몇 년째 집값이 하락세인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급급매물로 내놔도 거래가 안되니 이래저래 문제가 생깁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들어(7월말 기준)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40799건으로, 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파트 거래가 지난해 같은 기간 417065건에서 올해 269130건으로 35% 급감했습니다.

새 집에 입주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아버지도, 집 크기를 줄여 차액으로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고 싶은 할아버지도, 급전이 필요해 집을 내놓은 삼촌도 뾰족한 수가 없어 그저 애꿎은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만 채근해봅니다.

주택 거래 실종으로 속상한 것은 우리나라 집주인 만은 아닌가 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주택 경기가 침체하면서 전 세계 집주인들이 우리나라 만큼이나 안 팔리는 집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집을 팔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동원돼 집주인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복권 주택’입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주택 복권과는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복권은 당첨자에게 거액의 당첨금이 지급됩니다.

하지만 복권 주택의 당첨자는 고가의 주택을 받게 됩니다. 더불어 해당 주택의 집주인은 원하는 가격에 집을 팔게 돼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프랑스의 한 부동산 회사에서 고객들의 집을 팔기 위해 고민하다가 개발한 복권 주택. 대개 10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이 대상입니다. 매물로 나온 고가 주택을 경품으로 내걸고 한 장에 14000원짜리 복권을 발행합니다.

추첨은 복권이 고가 주택의 몸값(복권 발행 전 책정한 집값+복권 발행 비용+부동산 수수료)만큼 팔리면 당첨자를 추첨합니다.

집 주인은 집을 팔게 되고 당첨자는 14000원에 정원과 수영장이 있는 고급 주택을 갖게 됩니다. 더불어 부동산 회사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죠.

집 팔기 위한 수단으로 복권 동원…국내 도입은 쉽지 않아

프랑스에서는 ‘불황에 집을 팔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라며 호응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이 안 팔려 고민인 집주인도, 평생 내 집 마련이 꿈인 이들도 만족스럽겠네요. 올 들어 고급 주택 5가구가 복권 주택으로 팔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복권 주택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제도적인 걸림돌은 없지만 발행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우리나라도 거액의 당첨금 대신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복권이 있었지만 발행되자마자 바로 사라졌습니다.

한국연합복권 복권사업부 서정권 부장은 “10여 년 전에 아파트를 제공하는 전자복권이 있었는데 발행 시기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었던 2000년대 중반이라 투기 조장, 사행성 논란 등으로 바로 발행이 중지됐다”고 말했습니다.복권 주택은 당시 발행됐던 복권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내 복권사업은 정책적인 성향이 강해 쉽게 도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재 국내 모든 복권은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발행됩니다. 복권 판매로 얻는 대부분의 수익이 저소득층 등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에 쓰입니다.

하지만 복권 주택은 복권 발행으로 인한 수익금이 집주인 개인에게 지급되죠. 국내 복권사업의 성격과 맞지 않아 보입니다.주택 가치의 측정도 쉽지 않습니다. 복권 주택을 발행할 경우 복권위원회에 정해진 당첨금(주택 금액)을 승인 받아야 하는데 해당 주택의 금액을 정할 객관적인 자료를 산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경매처럼 감정가로 금액을 정하기에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집주인의 쉽게 동의하지 않겠죠. 시세로 금액을 정하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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