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빌 게이츠 "게임기는 가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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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게임 전시회인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 2005'가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컨벤션센터에서 개막된다. 2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는 40여 개국에서 800여 게임 관련 업체가 참가해 세계 게임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어깨를 겨룬다. 특히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 일본의 소니와 닌텐도 등 세계 3대 게임업체가 차세대 가정용 비디오게임기를 선보이고 웹젠.엔씨소프트 등 한국 게임 업체도 수백억원의 개발비를 들인 대작 온라인 게임들을 내놓는다.

MS와 소니, 닌텐도 등 3대 메이저 업체들은 개막에 앞서 미리 차세대 비디오게임기를 발표했다. MS는 16일 밤 LA 시내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세계 100여 언론사를 상대로 X박스의 후속 모델인 'X박스-360'을 발표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참석 중인 빌 게이츠 회장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X박스-360은 MS의 최대 야심작"이라며 "게임은 물론 영화(DVD)나 음악(CD)을 들을 수 있어 단순히 게임기가 아닌 가정의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X박스-360은 MP3플레이어나 디지털카메라와 연결해 음악과 사진을 편집하고 고화질(HD) TV도 볼 수 있다. MS는 2001년 X박스 출시로 게임 사업에 나섰으나 그동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에 밀려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에서 2위에 머물렀다. 로비 바흐 MS 홈앤드엔터테인먼트사업 선임 부사장은 "X박스-360은 디자인을 외부 전문업체에 맡기고 인터넷에 연결해 무료로 게임을 즐기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디자인과 성능을 대폭 향상시켰다"고 소개했다.

소니도 이날 오후 LA 소니픽처스 스튜디오에서 PS2의 후속 모델인 'PS 3'의 시제품을 공개했다. 다케시 구다라기 소니 사장은 "PS3를 내년 봄 전 세계에 출시해 MS의 X박스-360과 정면 대결에서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한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PS는 2001년부터 8700만 대가 팔려 X박스(3000만 대)를 압도해왔다. 이번에 발표된 PS3는 소니가 IBM과 공동으로 20억 달러를 들여 만든 게임기 전용칩 '셀'을 달았다. 화상채팅을 위한 무선카메라와 휴대용 게임기 'PSP'를 무선으로 연결하는 기능도 있다. PS3의 DVD 에는 X박스-360보다 3배 이상 큰 저장장치(블루레이 디스크)가 들어갔다. 특히 PS3가 PS2 게임 타이틀도 쓸 수 있게 해 기존 사용자를 고스란히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까지 세계 비디오게임 시장을 석권하다가 2000년 이후 3위로 추락한 게임 종가 닌텐도도 이번 전시회에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코드명 리볼루션)를 선보일 예정이다. X박스-360 발표회에 참석한 닌텐도의 한 관계자는 "MS와 소니의 게임기를 능가할 게임기를 전시회 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볼루션은 세계적 추세인 무선 인터넷 시대에 맞춰 동영상과 음악파일을 무선으로 내려받고 이용자 간 온라인 게임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E3부터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온라인게임은 이번 전시회의 메인 테마다. 특히 국내 업체 웹젠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음악 담당자가 배경 음악을 작곡해 관심을 끌고 있는 다중접속 온라인게임(MMORPG)인 '썬'을 선보인다. 엔씨소프트도 두 명 이상이 온라인에서 대결을 펼칠 수 있는 '길드 워'를 내놓는다. 국내 중견 게임업체 17개사는 공동으로 '한국 공동관'을 운영하며 게임 수출 시장 공략에 나섰다.

LA(미국)=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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