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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정책 정당' 변신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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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이 정책정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 4월 임시국회를 계기로 다양한 정책과 입법안을 쏟아 놓으면서 정부.여당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 여당이 몰아붙인 이른바 4대 쟁점법안 저지투쟁 때의 모습을 벗어버렸다. 발목잡기식 야당의 행태를 탈피해 정책 대안 마련에 골몰한다.

이런 정책 대안 대결은 박근혜 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 맹형규 정책위의장이 주도한다. 국가적 어젠다를 선점하고 이를 입법으로 연결하기 위해 의원들과 끊임없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은 국적법 개정안과 상습 성폭행범 전자팔찌 착용 의무화 등은 이런 과정에서 나왔다. 한나라당 교육특위가 12일 대입 토론회를 열어 정리한 고등교육법 개정안도 전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17일 하루만도 굵직한 법률안과 정책 대안을 다섯 가지 제시했다. 과거 선거철이 아니고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종합적 부동산 세제정책과 하도급거래공정화법 개정안, 국적법 후속 법안, 국민안전시스템 구축, 대통령 자문위원회 예산 일원화 추진이 그것이다.

종합적 부동산 세제정책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부동산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및 보유세 인상을 겨냥한 대안이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니 정부가 양도세와 취득.등록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늘리는 등 마구잡이식 세(稅)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며 "보유세를 늘리면 거래세를 낮추고 실거래가로 과세 기준을 올리면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맹 의장은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지출한 결과 세금 부담이 증가하고 경기침체도 심화하고 있다"면서 "종합적 부동산 세제정책을 마련해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혜훈 제4정조위원장은 이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 위해 어음대금 결제시점을 납품 당월로 한정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하도급과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면서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원자재 원가상승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원가연동제를 명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가족 7명이 사망한 보트 전복 사고와 관련, 한나라당은 이날 소방.도로.행정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만들면서 지역별 맞춤식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경찰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 현장을 방문해 근본적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는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은 채 정부.여당을 맹목적으로 비판하던 과거 전통적인 야당의 행태는 이젠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면서 "비판을 하되 대안도 제시하는 정책정당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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