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수아레스, 빛바랜 A매치 출장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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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는 날 등창난다고 했던가.

'아즈테카의 전사' 멕시코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수비 리더 클라우디오 수아레스.

올해로 만 서른세살이 된 그의 눈가에 두차례 물빛이 어렸다. A매치(국가대표팀간 경기) 최다출장 기록을 세웠을 때와 지난 3일 프랑스에 참패, 3연패로 컨페더레이션스컵 일정을 끝냈을 때다.

수아레스는 영광 속에서 1999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챔피언 멕시코의 몰락을 지켜봐야 하는 아픔을 함께 맛봤다. 지난달 30일 수원에서 벌어진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1백57회를 기록, 호삼 하산(이집트)과 타이를 이룬 데 이어 지난 1일 한국전에서 최고 기록을 세웠고 프랑스전에서 하산과의 차이를 두경기로 벌렸다.

그러나 수아레스가 일생 일대의 영광을 맛본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멕시코 축구에 씻을 수 없는 수모를 안겨줬다. 이길 줄 알았던 호주전에서 0-2로 완패했고, 새 기록을 세우는 날 한국에 1-2로 무너졌다. 프랑스전(0-4패)은 차라리 악몽이었다. 수아레스가 첫 A매치에 출전한 것은 92년 슬로바키아와의 경기였다. 98프랑스월드컵부터 멕시코의 주장을 맡아 왔다. 호르헤 캄포스-수아레스-콰테목 블랑코-루이스 에르난데스로 이어지는 '멕시코 콰르텟' 은 99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을 누르고 우승하는 위업을 이뤘다.

4인조 가운데 유일하게 대회에 참가한 수아레스는 세대교체로 팀워크가 흔들린 멕시코 수비진의 최후방을 지키며 사력을 다했으나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일엽편주처럼 그라운드를 떠돌다 침몰해 버렸다. 그러나 수아레스의 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수아레스는 프랑스전이 끝난 뒤 "월드컵이 열리는 한국에서 대기록을 작성해 기쁘다" 며 "내년에 반드시 한국에 돌아와 달라진 멕시코 축구를 보여주겠다" 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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