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성에 가려진 '보통사람' 뉴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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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를 낙원에서 쫓아낸 사과,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황금사과, 윌리엄 텔 아들의 머리 위에 얹혀진 사과, 그리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이끌어낸 뉴턴의 사과.

이렇듯 '신화' 의 반열에 오른 뉴턴의 사과 이야기를 이 책(원제 'The Life of Isaac Newton' ) 은 단호히 부정한다.

진위 여부를 떠나 "이(사과) 이야기는 만유인력을 물리학자 일순간의 착상으로 다룸으로써 그것을 속화(俗化) 시켜버린다" 는 이유에서다.

과학사 전공의 저자가 풀어낸 뉴턴의 삶은 '어린시절부터 온갖 발명품을 만들어낸 천재' 라는 식의 위인전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대신 유복자로 태어나 세살 때 어머니마저 개가(改嫁) 한 뒤 어린 뉴턴이 보낸 불우한 시절을 지출내역.유언장 등의 물증으로 치밀하게 엮어간다.

도입부는 추리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신(新) 문화사적 문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저자의 서술은 고급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이 분명하다.

뉴턴이 케임브리지 대학에 틀어박혀 연구만 했다는 주장을 위해 '칼리지의 급식대장을 보면, 1669년에는 52주간, 1670년에는 49주 반…' 이라는 식의 움직일 수 없는 기록을 들이미는 식이다.

저자가 생생하게 보여주는 뉴턴의 노트, 거기에서 대가의 사상이 탄생하는 순간 묘사 등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일반 독자들도 이를테면 1백9쪽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미적분 곡선에 당황해 책을 덮지 마시길 바란다. 머리 아픈 과학논쟁은 건너뛰면 된다. 흥미있는 대목이 얼마든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정하게 서신을 교환하던 당대의 석학 존 로크에게 아무 이유없이 "돌아가시면 좋겠다" 며 악의에 찬 편지를 보내는 돌출행동이라든지, 조폐국장 재직시절 마치 탐정처럼 위폐범을 잡아낸 얘기 등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뒷부분에 많이 등장한다.

로크.라이프니츠 등의 학자와, 일기로 유명한 새뮤얼 페피스, '무위도식' 하며 지낸 케임브리지 교수들 등 17~18세기 인물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 역시 놓치기 아까운 것이다.

뉴턴 사망 당시의 푸줏간 외상빚까지 담은 방대한 정보량에 압도 당한 독자에겐 이 책이 1980년 출간된 『결코 쉬지 않는(Never at rest:A Biography of Isaac Newton) 』의 '축약본' 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겠지만 "이 사람(뉴턴) 에 대해서라면 아무리 많이 알아도 부족하다" 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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