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서 살아남은 영화 6편 부산영화제서 공개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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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허남식 부산시장(왼쪽)과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올해 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은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영화 필름을 불태웠다. 자본주의에 물든 영화를 없애는 것이 이슬람 원리주의를 튼튼히 하는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탈레반 정권 기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많은 영화가 사라졌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영상자료원은 탈레반 정권의 눈을 피해 목숨을 걸고 주요 영화필름을 숨겼다. 그때 살아남은 6편의 영화가 다음달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공개된다.

 BIFF 조직위원회는 10일 오전 부산시청 1층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BIFF 개·폐막작을 비롯한 상영작과 올해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행사 기간을 하루 늘리면서 주말상영이 두 번 돌아온다. 많은 관객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세계에서 처음 상영하는 월드 프리미어가 93편, 자국 외 지역에서 처음 선보이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39편에 이른다. 올해 BIFF 개막식 사회는 중국 배우 탕웨이가 맡는다. 상영관을 영화의 전당과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기존 영화관에서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와 소형 뮤지컬 센터로 늘렸다.

 특별기획으로 선보이는 6개 프로그램이 관심을 끈다.

 조지아 출신의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의 영화 ‘피로스마니의 주선율 위를 흐르는 아라베스크’는 체제의 요구를 이겨낸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이 투영된 영화다. 파라자노프 감독은 아르메니아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그루지야에서 성장하고 구 소련에서 활동했다.

 다음달 4일 공개될 개막작은 홍콩의 렁록만과 서니 럭 감독이 공동연출한 ‘콜드 워(Cold War)’로 결정됐다. 다음달 13일 상영될 폐막작은 방글라데시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의 ‘텔레비전’이 선정됐다. 방글라데시 작품이 BIFF 폐막작에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드 워는 범죄와 전쟁을 치르는 경찰 조직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지석 BIFF 수석 프로그래머는 “범죄 영화이지만, 선과 악의 대립을 부각하기보다 인간의 내재된 욕망과 양심의 싸움을 밀도 있게 그린 작품”이라고 말했다. 텔레비전은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가 지배하는 방글라데시 작은 마을에 텔레비전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BIFF 측은 “다른 종교관과 세대 차이, 전통과 현대 등 대립적인 개념을 한데 버무리면서 풍자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예매=포털사이트 ‘다음’과 부산은행 전 영업점 창구에서 예매할 수 있다. 개·폐막식 예매는 24일 오후 5시부터 인터넷으로만 가능하다. 일반예매는 26일 오전9시부터다. 정시에 입장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좌석을 보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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