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즐기는 패럴림픽’ 꽃피운 런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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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패럴림픽 취재를 위해 날아간 영국 런던. 기대와 설렘 속에 런던 땅을 밟았지만 이곳의 첫 인상은 ‘신사의 나라’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었다.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단횡단(j-walk)을 일삼는 사람들, 무질서해 보이는 거리의 풍경들….

 하지만 이러한 인상은 하루도 가지 않았다. 특히 올림픽 스타디움을 비롯해 많은 경기장들이 들어서 있는 올림픽파크가 보여주는 장관은 압도적이었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수십m 줄을 서서 경기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기는 올림픽 못지않았다.

 물론 영국이 패럴림픽의 발상지라는 점을 감안할 수는 있다. 영국 스토크 맨더빌 병원에서 시작된 장애인 경기를 필두로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구성되고 1960년 로마 올림픽 때 처음으로 패럴림픽이 개최된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으로 런던 패럴림픽의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 답은 ‘재미’에서 찾을 수 있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부부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 있는 곳이 바로 패럴림픽 경기장이었다. 그들에게 패럴림픽이란 경기 중간중간 흘러나온 ‘We will rock you’ 노래에 맞춰 발 구름을 하듯 남녀노소 막론하고 직접 참여하고 즐기는 축제의 장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의 귀갓길을 즐거운 농담과 율동으로 채워준 수많은 자원봉사자들도 대회 운영에 윤활유 역할을 했다. 말 그대로 영국 전체가 “이게 바로 패럴림픽이야”라고 기자에게 소리치는 듯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 역시 흔히 떠올리는 불편함보다는 자연스러움에 가까웠다. 이 모든 것이 모여 런던 길거리에서 찾을 수 없던 ‘신사의 품격’은 패럴림픽 경기장에서 비로소 구현됐다.

 뜨거웠던 런던 패럴림픽은 10일(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우리가 곱씹어야 할 교훈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한국은 6년 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다. 런던에서 만난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은 패럴림픽을 ‘장애 극복’의 장으로 바라볼 게 아니라 ‘선수 간의 경쟁’이라는 보통의 스포츠로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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