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컨페드컵] 한국, 멕시코 꺾고 첫 승

중앙일보

입력

후반 11분 황선홍의 헤딩슛이 골 네트를 갈랐을때 왕관 모양의 울산문수경기장에 모인 4만여 관중은 마치 한국이 왕관의 주인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지진이라도 난 듯, 그라운드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하지만 더 많은 골이 필요했다. 대구에서 호주가 프랑스를 1 - 0으로 눌러 한국은 4강 진출을 위해 멕시코를 큰 점수차로 이겨야 했다.

그러나 후반 35분 멕시코에 동점골을 내주고 44분 유상철이 헤딩으로 결승골을 뽑아내 2 - 1로 승리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1패를 기록하며 승점 3점을 따내 호주(2승).프랑스(1승1패)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프랑스에 대패, 골득실에서 불리해 4강 진출 전망은 극히 불투명해졌다.

큰 경기에 강한 유상철이 한국의 희망을 지켰다. 유상철은 후반 44분 박지성의 왼쪽 코너킥을 헤딩슛, 멕시코 골마우스 우측 하단으로 꽂아넣어 값진 결승골을 뽑아냈다. 전반에 콧등을 다쳤지만 온몸을 내던져 수비수를 제치고 볼을 따냈다.

한국은 이날 황선홍-김도훈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고종수를 왼쪽, 최성용을 오른쪽 날개로 기용해 공격적인 3-5-2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스리백을 세웠지만 홍명보에게 사실상 리베로 역할을 맡기면서 노장 선수들이 많은 팀 특성에 비춰보면 가장 익숙한 전형을 선택한 것이다.

초반 볼의 흐름은 오른쪽 사이드에 집중됐지만 최성용이 수차례 센터링 찬스를 놓쳐 좋은 분위기를 살려내지 못했고 왼쪽의 고종수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어서 날카로운 패스를 구사하지 못해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을 노리는 멕시코의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37분 최성용의 오른쪽 프리킥을 유상철이 헤딩슛한 장면은 가장 좋은 득점 기회였지만 볼이 크로스바를 넘었다. 유상철이 멕시코의 하레드 보르게티와 부딪혀 콧등을 다쳤고 보르게티는 머리에 상처를 입어 선혈이 낭자한 혈전이 거듭됐다.

골은 넣었지만 후반은 위태롭게 시간이 흘러갔다. 선제골을 내주고 독이 오른 멕시코는 미드필더들의 공격 가담 횟수가 늘면서 수차례 위협적인 센터링을 쏘아올렸고 그때마다 한국 수비는 크게 흔들렸다. 1 - 3으로 역전패한 프랑스월드컵의 악몽이 떠올랐다.

후반 33분 멕시코의 안토니오 니그리스가 문전 정면에서 날린 오른발슛은 골과 다름없었으나 골키퍼 이운재가 간신히 쳐냈다. 그러나 35분, 끝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한국 벌칙구역 왼쪽 바깥에서 얻은 프리킥을 교체멤버로 들어간 빅토르 루이스가 오른발로 감아차 그물을 흔들었다.

39분에는 마누엘 아분디스의 오버헤드킥이 이운재의 가슴에 안겨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종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붉은 악마의 함성도 잦아들었다.

한국이 세계랭킹 13위 멕시코의 골문을 원하는 만큼 열기에는 골결정력도, 운도 모두 부족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