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독립영화 전용관 더이상 미룰수없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 독립영화의 최대 잔치인 '인디포럼 2001' (http://www.indieforum.co.kr)이 다음달 2일 개막된다.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아흐레 동안 90여 작품을 선보이는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영토확장' .

1996년 소수의 독립영화인들이 뜻을 모아 어렵게 시작했던 인디포럼의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

행사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초창기에는 '출품작〓상영작' 일 정도로 제작층이 엷었지만 올해에는 시청작이 3백여편이나 됐다.

99년 1백여편, 2000년 2백여편 등 해마다 1백편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만큼 영화계의 토대가 단단해졌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동인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확산이다. 올해 출품작 가운데 절반 이상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작품들이다. 카메라 구입이 용이해지면서 소재의 다양화, 제작층의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99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 제작비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도 작은 기폭제가 됐다.

문제는 이들 영화를 상영할 곳이 극히 제한됐다는 것. 한해 평균 4백~5백여편에 이르는 작품 가운데 대다수가 '사장' 되는 형편이다.

인디포럼 등 각종 영화제를 통해 숨통을 트고 있지만 급증하는 작품수를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게 독립영화 전용관 설립이다. 지난해부터 독립영화협회.영화진흥위 등이 논의하고 있지만 예산확보라는 장벽에 막혀 현재 암중모색 중이다.

독립영화를 안정적으로 틀어주는 공간이 없다 보니 작품 자체도 단편 일색이다. 일반 관객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장편 독립영화가 거의 없는 것.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올 인디포럼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쉽게 넘어간다고 했다. 독립영화는 국내 영화계에 그 뿌리 같은 존재다. 올 인디포럼의 '영토확장' 이 어느 선까지 진행될지…. 영화계 전체의 숙제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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