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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투어에도 롱퍼터 바람

중앙일보

입력

남자 투어에서는 벨리 퍼터나 브룸 퍼터 등 롱퍼터의 비율이 40%에 이르렀다고 한다. 여성 선수들은 남성 선수보다 스타일에 조금 더 민감한 편이다. 롱퍼터를 쓰는 것이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해서 남자 선수들보다는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서양 선수들이 더러 긴 퍼터를 경기를 했지만 LPGA 투어의 최강 군단인 한국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롱퍼터에 대해 심드렁했다.

그러나 LPGA에서도 롱퍼터의 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했다. 선구자는 박희영(하나금융그룹)이다. 그는 지난 7월 열린 에비앙 마스터스에서부터 벨리 퍼터를 쓰고 있다.

박희영은 “퍼트할 때 몸이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축을 고정하는 벨리 퍼터를 쓰고 나서는 몸이 고정되는 느낌이 들고 볼의 구름이 좋아졌다”면서 만족해 했다. 그는 긴 퍼터의 장점은 안정감 이외에도 쇼트 퍼트에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5~8m의 중장거리 퍼터의 능력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롱퍼터로는 긴 거리 맞추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는데 나는 먼 거리도 때리지 않고 헤드 무게로 스트로크하기 때문에 불리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에게 많은 선수들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어본다. 8일(한국시간) 열린 킹스밀 챔피언십 연습 그린에서도 몇몇 선수들이 그에게 벨리 퍼트에 대해 물었다.

박희영은 “많은 선수들이 물어보고 내가 좋다고 얘기하기 때문에 제작 업체에서 나에게 보너스를 주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면서 “내가 롱퍼터를 인기 상품으로 만들겠다”면서 웃었다. 올해 심각한 퍼트 난조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민나온 선수도 이번 대회부터 롱퍼터로 바꿨다.

롱퍼터 바람이 아주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롱퍼터도 선수와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미셸 위도 롱 퍼터로 바꿨다가 다시 짧은 퍼터로 돌아왔다. 골프 규제기관에서는 롱퍼터 규제 얘기를 꺼내고 있다. 곧바로 롱퍼터를 쓰지 못하게 하지는 않겠지만 올 연말 1~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기간 동안이라도 퍼트를 잘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가진 선수들은 긴 퍼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윌리엄스버그=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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