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졸 출신이면서도 한때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던 김찬경(55·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고졸인데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고 속인 사기범에게 협박을 받고 돈을 뜯긴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김 회장에게 “불법 대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4억6500여만원을 뜯어낸 허모(57)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는 김 회장이 충남 아산 소재 ‘아름다운CC’ 골프장의 공사대금을 대기 위해 약 2000억원대의 차명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고 지난해 9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모(43·구속기소)씨와 함께 김 회장에게 접근했다. 허씨와 이씨는 “이 골프장의 실소유주가 김 회장이며 골프장 공사를 위해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불법대출됐다는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김 회장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압박했다. 허씨는 8회에 걸쳐 자신의 블로그에 미래저축은행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허씨는 “금감원이나 검찰에 불법행위를 알리겠다”며 겁을 줘 지난해 10월 김 회장에게서 자기앞수표로 3억8000만원을 받았다.
허씨는 또 지난해 7~8월 김 회장의 차명대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저축은행 직원 김모(43)씨에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당신도 구속될 수 있다. 당신과 김 회장을 위해 위조 여권을 만들고 홍콩 거주지를 사야 하니 돈을 달라”고 속였다. 이와 함께 “비자금을 해외로 반출하려 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김씨에게서 8500만원을 받아냈다.
허씨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과 홍콩지부장을 지냈다고 학력·신분을 속여 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꽤 알려진 인물로 ‘허 박사’로 소문나 있지만 고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