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서울대생 등친 가짜 하버드생 정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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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졸 출신이면서도 한때 서울대 법대생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던 김찬경(55·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고졸인데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이라고 속인 사기범에게 협박을 받고 돈을 뜯긴 것으로 밝혀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김 회장에게 “불법 대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4억6500여만원을 뜯어낸 허모(57)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는 김 회장이 충남 아산 소재 ‘아름다운CC’ 골프장의 공사대금을 대기 위해 약 2000억원대의 차명대출을 받은 사실을 알고 지난해 9월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모(43·구속기소)씨와 함께 김 회장에게 접근했다. 허씨와 이씨는 “이 골프장의 실소유주가 김 회장이며 골프장 공사를 위해 미래저축은행 자금이 불법대출됐다는 내용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김 회장에게 e-메일을 보내면서 압박했다. 허씨는 8회에 걸쳐 자신의 블로그에 미래저축은행의 불법행위를 고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허씨는 “금감원이나 검찰에 불법행위를 알리겠다”며 겁을 줘 지난해 10월 김 회장에게서 자기앞수표로 3억8000만원을 받았다.

 허씨는 또 지난해 7~8월 김 회장의 차명대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저축은행 직원 김모(43)씨에게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 당신도 구속될 수 있다. 당신과 김 회장을 위해 위조 여권을 만들고 홍콩 거주지를 사야 하니 돈을 달라”고 속였다. 이와 함께 “비자금을 해외로 반출하려 한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김씨에게서 8500만원을 받아냈다.

 허씨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에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지부장과 홍콩지부장을 지냈다고 학력·신분을 속여 왔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꽤 알려진 인물로 ‘허 박사’로 소문나 있지만 고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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