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달러 미셸 스타일, 2000달러 앤 스타일에 한판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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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앤 롬니(왼쪽)와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타난 미셸 오바마. 앤은 전통적인 우아함을, 미셸은 활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드레스를 선보였다. [탬파·샬럿 AP=연합뉴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커리어우먼 출신 퍼스트레이디 미셸 오바마(48)와 그에 도전하는 억만장자 사업가의 전업주부 아내인 앤 롬니(63)의 대결이 펼쳐졌다. 민주(3∼6일)·공화(지난달 27∼30일) 전당대회에서다. 미국 유권자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대결은 미셸의 한판승으로 끝났다.

 지난달 28일 공화당 전당대회 무대에 오른 앤의 붉은색 드레스가 이목을 끌었다. 7부 소매, V넥의 실크드레스는 미국 고급 디자이너브랜드인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제품이었다. 앤은 2000달러(약 220만원)를 호가하는 이 드레스에 붉은 매니큐어, 황금색 귀고리와 팔찌·시계를 매치해 고급스러우면서도 기품 있는 귀부인 스타일을 연출했다. 뉴욕타임스는 “올가을 ‘신상(신제품)’으로 50년대 복고스타일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안정적이면서 보수적인 공화당의 이미지와도 어울렸다는 평이다.

 다섯 자녀의 어머니이자 18명의 손자·손녀를 둔 앤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남편 밋 롬니보다도 인기가 높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연스러운 어조로 여성 유권자들을 파고들었다. 앤은 “우리는 모두 엄마들이고, 할머니가 되고, 딸을 갖는다. 나는 여성 여러분을 사랑한다. 이 사람(롬니)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해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어냈다.

 일주일 후인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미셸이 나타났다. 자줏빛이 감도는 분홍색과 회색(아랫단)을 매치한 민소매 A라인 드레스는 미국의 흑인 디자이너 트레이시 리스의 작품이다. 300달러(약 34만원)의 대중적인 가격, 어깨와 근육질의 팔이 드러나는 활동적인 디자인은 평소 ‘엄마 대장(mom-in-chief)’을 자부하는 미셸의 이미지와 100% 맞아떨어졌다. 장신구는 귀고리와 다이아몬드 반지로 포인트를 준 미니멀리즘 스타일에 회색 매니큐어, 구두는 미국의 대중적인 브랜드인 제이크루 제품을 선택했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미셸은 종종 대중 브랜드 의상을 입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오트쿠튀르(고급 맞춤의상)를 선호했던 과거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들과 차별화한 것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미셸이 입은 300달러짜리 드레스가 앤의 2000달러짜리 드레스보다 더 세련된 느낌과 컬러 매치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미셸의 연설은 여성들, 그중에서도 특히 중산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자신과 오바마의 가난했던 성장기와 집안 어른들의 헌신을 강조하며 롬니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미셸은 “(연애 시절) 버락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은 쓰레기 창고에서 찾아낸 커피 테이블이었고, 단 하나 있던 정장 구두는 너무 작았다”며 오바마의 서민적 풍모를 강조 했다.

 뉴욕타임스 패션 담당 기자인 에릭 윌슨은 트위터에 “트레이시 리스의 드레스는 미셸의 연설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고화질 TV 시대에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글을 올렸다. 트위터에는 “미셸의 드레스를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느냐” “미셸이 다음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글들이 폭주했다. 미셸이 연설을 마칠 무렵 분당 트윗 수는 2만8000건이었다. 앤의 연설 때에는 6000건을 조금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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