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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예능, 그래도 병만족만한 작품이 없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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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남태평양 바누아투 섬에 간 ‘정글의 법칙’ 병만족(김병만을 비롯한 출연진)이 나무를 이용해 불을 피운 후 기뻐하고 있다. ‘정글의 법칙’은 탐험에 나선 연예인들의 진솔한 모습을 담아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SBS]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섬나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가 하늘을 떠받치듯 솟아있고 여우원숭이가 뛰노는 곳. 이번엔 마다가스카르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에 나오는 바로 그곳이다.

 야생의 삶을 꾸려가는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SBS)이 다섯 번째 정글로 이곳을 선택했다. 마다가스카르 편 첫 회가 방송된 2일, 시청률은 17.3%(AGB닐슨,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1위로 지난해 10월 첫 선을 보였을 때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자극적 설정이 없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 좋다”는 평이 올라온다. 장신영·한고은 등 여배우들도 출연을 자청했다.

 숨이 막히는 도시문명에 대한 반발일까. ‘정글의 법칙’이 성공을 거두자 오지로 향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잇따르고 있다. MBC는 아류작이라는 비판에도 ‘정글러브’를 지난달 16일 시작했다. 태평양의 무인도 아구이잔섬에서 남녀 10명이 보름간 생존을 위한 사투를 펼치며 짝을 찾는 과정을 담았다.

 케이블 XTM도 ‘아드레날린-네 남자의 캠핑’을 지난달 21일 첫 방영했다. 이천희·정겨운·최원영·유하준 네 남자 배우가 함께 국내 야영지로 캠핑을 떠나는 버라이어티 쇼다. 아이돌 포미닛이 주인공인 ‘포미닛의 트래블메이커’(QTV)는 오지는 아니지만, 다양한 테마여행으로 성장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았다.

 ◆새로운 성장 드라마=최근 예능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두 축은 ‘리얼 버라이어티 쇼’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정글로 향한 예능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쇼보다 더 진한 리얼리티, 오디션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이 정글에서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풍광은 청량감을 더한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오지에선 여러 것을 시도할 수 있다. 정글 프로는 외국에서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가족애 등 한국적 정서가 가미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정글의 법칙’ 이지원 PD는 “정글은 모험심을 자극하고, 출연자들의 갈등과 협력은 한 편의 성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준다. 대본 없이 진행하는 데서 나오는 진솔함도 인기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생존과 공존 사이=야심 찬 시도에도 ‘정글러브’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정글의 법칙’과 ‘짝’(SBS)을 베낀 듯한 설정이라는 비판에도 이 프로그램이 흥미를 끌었던 건, 참가자들이 서로의 스펙(조건)을 전혀 모른 채, 자연 속에서 탐색해나간다는 게 신선해서였다. 그러나 생존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참가자를 탈락시키고, 출연자 간 갈등을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등 자극적 편집을 강행해 혹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은 3%대에 머문다.

 ‘아드레날린’은 캠핑 정보를 꼼꼼하게 제공해 호평받았지만, 지나친 고가제품의 간접광고로 빈축을 샀다. 정학림 PD는 “ 기능 소개 위주로 방향을 전환하려고 한다. 또 출연자들의 관계를 좀더 진정성 있게 담아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지원 PD는 “‘생존이 아닌 공존’ 등 우리만의 철학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야생이라는 배경 자체가 인기 이유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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