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극찬한 韓경찰 "처음엔 이러다 죽는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다이하드 경찰관’으로 불리게 된 김현철 경사가 차에 매달려 마약범을 추격하던 상황을 6일 재연하고 있다. “죽겠다 싶었지만 점차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송봉근 기자]

“중학교 때 ‘투캅스’ 영화에서 형사들이 범인을 잡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어요. 그때부터 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이하드 경찰관’ 김현철(34) 경사. 지난 8월 26일 도주하는 마약범 차량에 25분간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범인을 검거(본지 8월 30일자 21면)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당시 범인을 검거하던 장면이 택시 블랙박스와 지하철 폐쇄회로TV에 찍혀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알려졌고, 지난 4일에는 미국의 뉴스 전문채널 CNN을 통해 전 세계로도 방영됐다.

 6일 근무처인 부산 연제경찰서에서 그를 만났다. “저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예요. 묵묵히 일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입니다. 물론 주위의 시선은 달라졌지만 저 스스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김 경사는 고등학교 때 ‘경찰특공대’를 소개하는 기사를 읽고 부산진구의 개금3동 파출소로 갔다. ‘경찰특공대가 되는 법’을 알고 싶어 무작정 찾아간 길이다. 당시 ‘경찰관 아저씨’로부터 “특전사 출신이 경찰특공대로 많이 온다”는 말을 듣고 졸업 후 바로 특전사에 입대했다.

 2002년 2월 중사로 전역한 그는 7개월 뒤 경찰특공대 순경 특채에 합격했다. 경찰학교를 거쳐 이듬해 11월부터 부산 경찰특공대에서 6년 동안 임무를 수행했다. APEC 정상회의 경호에 투입된 2006년 그 공로를 인정받아 경장으로 특진했다. 최근엔 경사로 특진했다. ‘다이하드 경찰관’으로 경찰의 명예를 드높인 공로다. 2계급 연속 특진은 쉽지않은 기록이다.

 김 경사는 마약범 차량에 매달려 생사를 오갔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한 10여 분은 이러다 죽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기가 생겨 내 손으로 용의자를 꼭 잡겠다는 정신력으로 버텼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왔는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속 80~100㎞로 달리며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차량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차량 앞쪽 창틀의 고무 부분을 양손 끝으로 붙잡았고, 두 발은 와이퍼 부분 공간에 밀어 넣어 벼텼다. 그는 “상은 기대도 안 했다. 위험한 행동으로 걱정을 끼쳐 오히려 징계나 안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다치지도 않고 범인도 잡고 과분하게 상까지 받게 돼 고생하는 다른 선후배들한테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선다”고 했다.

 김 경사는 2009년 11월부터 연제서 교통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공대의 팀장급이 되기 위해선 일선 업무 경험이 있어야 해 잠깐 ‘외도’를 하는 셈이다. 오전 7~9시 교통정리, 낮 순찰 및 교통법규 위반 단속, 저녁 음주단속이 그의 임무다.

 김 경사는 “특공대든 일선 경찰이든 민생을 책임지는 경찰이라는 점은 같다”며 “그래도 특공대로 돌아갔을 때 체력이 뒤지지 않기 위해 헬스 등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투병 중인 아버지의 병간호 때문에 비번 때도 쉬지 못하는 그는 네 살 된 아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해 늘 미안하단다. “아들이 ‘범인을 잡더라도 다시는 위험하게 차에 올라가지 말라’고 어른스러운 말도 하더라고요.”

부산=위성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