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양념·프라이드 치킨 … 카르보나라 소스 입혀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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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창업시장에서의 성공 비법은 동종업계와의 차별화다. 지난 3일 ‘빠담빠담’ 경기도 분당 정자점에서 이민희(25) 매니저가 카르보나라 치킨을 나르고 있다. [사진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자영업자들의 근심이 깊다.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이 쉽사리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도 심해졌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미용실· 치킨점 같은 생활밀접형 자영업체는 km²당 5개 이상씩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이처럼 경기 침체에 과당 경쟁까지 겹친 요즘, 창업 성공의 열쇠는 ‘소소한 점포 리뉴얼’이다. 동종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메뉴를 더하거나 가격대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경기 침체기일수록 차별화되고 독특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고, 인건비를 줄이는 등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병오(창업학 박사) 중앙대 겸임교수도 “요즘 같은 땐 자금 부담이 큰 재창업보다는 메뉴 구성을 바꾸는 식의 점포 리뉴얼이 바람직하다”며 “기존 단골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킨전문점 ‘빠담빠담’(www.padam padam.kr)이 한 예다. 빠담빠담은 이탈리안 파스타 요리에 들어가는 소스를 치킨 위에 얹어 기존 양념·프라이드 치킨과 차별화를 줬다. 카르보나라·토마토 소스 외에 떡볶이·커리 같은 이색 소스들도 있다. 맥주와 치킨을 파는 기존 치킨 전문점이 주로 저녁 시간에만 사람이 몰리는 것과 달리 점심 수요도 꾸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식사 메뉴인 파스타와 비슷한데다 감자 요리나 샐러드도 곁들여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20~30대 여성과 주부들의 비율이 전체 고객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적은 인력으로도 가게 운영이 가능하게끔 주방 설계에도 신경을 썼다.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조리대와 배수대 거리를 짧게 설계하고 동선을 고려해 음료 제조 공간과 샐러드 조리 공간을 분리했다. 치킨도 부위별로 나눠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공장에서 완제품 형태로 제공한다.

 테이크아웃 닭강정 전문점 ‘꿀닭’(www.kkuldak.co.kr)은 치킨의 양에 따라 메뉴와 가격을 세분화했다. 닭강정을 담아주는 컵의 크기에 따라 작은 컵(1000원), 큰 컵(2000원), 작은 박스(6000원), 큰 박스(1만1000원)로 나눴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점포는 수익성이 높아진다. 이태휘 꿀닭 본부장은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팔면 1만5000원을 받지만 가격을 세분화해 팔면 한 마리로 2만2000원까지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점포 창업을 노리는 것도 틈새 전략 중 하나다. 향을 이용해 실내 공기를 개선해 주는 ‘아이센트’(www.iscent.co.kr)의 경우 향 분사기, 카트리지 같은 초기 재료 비용을 포함해 5300만원에 창업이 가능하다. 특별한 영업 공간이 필요 없어 임대료에서 자유롭다. 오렌지향 같은 방향제를 뿌려주고 계속해서 관리해 주는 사업으로 호텔·기업·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한다. 2년 계약이 기본인 회원제 사업이다.

 점포 리뉴얼을 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가격 세분화는 제품을 통째로 팔 때보다 쪼개서 팔 때의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장비나 노동 부담만 더 늘 수 있다. 또 싼 제품만 팔려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게 아닌지도 잘 살펴봐야 한다. 메뉴 차별화의 경우 기존 메뉴와 궁합이 잘 맞는 메뉴로 정해야 한다. 이경희 소장은 “운영·마케팅 능력 같은 점포의 기본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조언했다. 

채승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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