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휴대폰보조금 과징금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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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업체들의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이 불합리한 과징금 부과기준 때문에 불공평한 제재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해당 업체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과징금 부과를 둘러싸고 시비가 일고 있다.

또 통신위가 수천건에 이르는 보조금 불법지급행위를 적발해놓고도 과징금 부과로 봉합해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형사고발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병행하겠다는 당초의 입장을 번복한 셈이어서 정책의 신뢰성에 흠집을 냈다는 지적이다.

29일 통신위원회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3주간 실시된 통신위의단말기 보조금 실태조사에서 SK글로벌 7천55건, KTF 2천122건, LG텔레콤 697건이적발됐다.

통신위는 그러나 SK글로벌에 대해서는 1억원에 그쳤고, 거꾸로 KTF는 10억원, LG텔레콤도 8억원 등 총 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SK글로벌에 대해서는 위반행위를 재발할 경우 즉각 영업정지나 등록취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는 통신위가 적용하고 있는 과징금 산정기준이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로 가장 많이 적발된 SK글로벌에 대해서는 과징금이 1억원에 불과한 반면 SK글로벌의 3분의1도 채못되는 KTF의 경우 SK글로벌의 10배인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조치에 접한 KTF는 "형평성에 어긋난 조치"라며 즉각 반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SK글로벌은 적발건수가 7천여건으로 KTF 대비 3.5배, LG텔레콤 대비 10배에 이르고 가입자당 평균 지급금액도 KTF와 LG텔레콤의 약 2배에 달하는 등 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주도해왔는 데도 과징금 부과금액은 위반규모에 역행한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신위는 과징금 산정기준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작년도 매출액이 없었던 SK글로벌의 경우 과징금 상한액인 1억원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부과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전년도 매출액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과징금 상한액을 1억원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 통신위 관계자는 "과징금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통신위원들도 공감, 이번 과징금 산정에 많은 고심을 했다"면서 "문제점 개선을 위해 특정 업체가 계열사를 이용해 편법영업을 하는 경우 해당업체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한다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령 개정을 정통부에 건의키로 했다"고 말했다.

업체의 관계자는 "현행대로 과징금을 산정할 경우 기업들은 이같은 규정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 신설법인을 통해 법 위반행위를 남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통신위의 이번 결정은 단말기 보조금 지급행위로 적발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강력히 제재하겠다던 당초의 방침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솜방망이''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업계의 관계자는 "통신위가 실태조사에 나서면서 적발업체에 대해 형사고발할계획이라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과징금 부과에 그쳤다"면서 "앞으로 통신위의 엄포에겁먹을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위 관계자는 "형사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이통업체들의 위반행위가 `사회적범법행위'' 요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해 형사고발 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았기때문"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통신위가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적발업체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하겠다고으름장을 놓은 것 자체가 엄포용이었음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통신위의 신뢰실추는물론 정부의 공신력에도 손상을 입게됐다.

통신위의 이번 실태조사는 국내 휴대폰 시장이 극심한 혼탁양상을 빚고 있음을 밝혀냈으나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음도 함께 확인해준계기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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