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 걸'… 근엄함 벗어던진 클래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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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은 젊은 연주자들이 섹스 어필 이미지에 팝.댄스 리듬을 곁들여 내놓은 음악은 클래식인가 팝인가.

영국 클래식 차트 2위에 올랐다가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고 1주일만에 차트에서 삭제된 현악4중주단의 음반이 화제다.

영국의 음반 판매순위를 집계하는 차트 인터내셔널 네트워크(CIN) 은 "클래식 작곡가의 작품이 아닌데다 온통 댄스 리듬으로 가득하다" 며 "클래식 차트에 포함시키기엔 팝의 요소가 너무 강하다" 고 삭제 이유를 밝혔다.

문제의 음반은 영국 출신 현악4중주단 '본드 콰르텟' 이 내놓은 데뷔 앨범 'Born' (유니버설) . 20대의 젊은 여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본드' 의 별명은 '클래식계의 스파이스 걸' 이다.

영국 클래식 차트에서의 탈락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 유명해진 이들의 데뷔앨범은 세계 전역에서 클래식 앨범 1위에 올랐고, 그 여세를 몰아 국내에 상륙했다.

'본드' 는 영국의 명문 길드홀 음악원을 졸업한 헤일리 에커(24.제1바이올린) 를 비롯해 런던 왕립음악원 출신인 이오스 채터(24.제2바이올린) , 시드니 음악원과 길드홀 음악원 연주자과정을 마친 타니아 데이비스(24.비올라) , 런던 트리니티 음대를 졸업한 중국계 영국 첼리스트 게이-이 웨스터호프(26) 로 구성됐다.

소울.힙합.재즈.댄스.영화음악 등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동시대의 감성을 함께 호흡하고 있는 젊은이들. 레드 제플린.데이빗 보위에 이어 바네사 메이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음악 프로모터 멜 부시가 만들어낸 '작품' 이다.

'본드' 는 클래식 중에서도 가장 난해한 장르로 꼽히는 현악4중주에 전자 음향을 덧입혀 강렬한 비트로 채색해 냈다.

연주모습도 연미복을 입고 보면대 앞에 둥글게 앉아 있는 전통적 현악4중주단의 무대와는 천양지차다. 자유분방한 무대 의상에다 전자 바이올린을 들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면서 춤추며 연주한다.

관객들도 소리를 지르면서 박수를 치고 춤을 추기는 마찬가지다.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3월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스포츠카 재규어의 신차 발표회를 겸한 야외공연을 열었고 TV와 클럽에서 쇼케이스로 홍보하는 등 팝음악의 마케팅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다.

처음부터 30대 이상의 남성 등 보수적인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18~30세의 젊은 남녀를 겨냥했다.

데뷔 앨범에 수록된 '빅토리' '윈터' 등은 댄스 클럽용 리믹스 앨범으로 내놓았다.

로열필하모닉과의 협연으로 들려주는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 도 눈길을 끈다.

네 명의 '본드 걸' 은 6월 14일 프로모션차 내한, 15일 포스코 로비 콘서트를 시작으로 쇼케이스.TV 등에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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