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별중의 별은 바로 나"

중앙일보

입력

펠레.요한 크루이프.디에고 마라도나.파울로 로시, 그리고 지네딘 지단. 월드컵은 언제나 스타를 탄생시킨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과연 누가 '스타워스' 최후의 승자가 될까. 프랑스를 우승시켰지만 퇴장기록 때문에 최우수선수를 놓쳤던 지단은 다시 한번 MVP를 노리고, 결승전 부진 때문에 MVP가 되고도 부끄러운 호나우두는 명예회복을 노린다.

세 대회 연속 해트트릭을 노리는 바티스투타나 이탈리아를 이끄는 인자기도 최고 스타의 자리에 가까이 있다. 그러나 월드컵은 새 별들을 기다린다. 아직 월드컵 무대에 서보지 못한 루이스 피구(포르투갈)는 물론 지단의 자리를 대체할 티에리 앙리(프랑스) 등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그라운드를 휘저을 것이다.

[브라질 호나우두]

1998년 월드컵 조 편성 행사가 열린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세계 올스타 대 유럽 올스타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전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은 한 선수에게 고정됐다. 호나우두. 기대에 부응하듯 그라운드를 휘젓으며 2골.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유럽은 초토화됐고 세계는 경악했다.

브라질 크루제리오팀에서 출발, 아인트호벤(네덜란드)-바르셀로나(스페인)-인터 밀란(이탈리아)을 거치는 동안 그는 늘 최고였다. 프랑스 월드컵. 모두 호나우두를 위한 대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결승전에서 부진했고, 모든 찬사는 두 골을 기록한 지단이 차지했다. 이후 거듭된 부상에 시달린 그는 이제 재활훈련을 마치고 그라운드 복귀를 선언했다. 프랑스에 내준 세계 정상의 자리. 복귀의 열쇠는 그가 쥐고 있다.

▶76년 9월 22일생 ▶인터 밀란(이탈리아) ▶1m83㎝.82㎏

[이탈리아 인자기]

천부적인 골 감각을 지닌 민첩하고 영리한 플레이어 VS 파워도 스피드도 없는 '주워먹기의 일인자' .

인자기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조금만 생각하면 같은 얘기다. 평범한 신체조건을 극복하고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의 골게터가 된 배경에는 정확한 위치 선정과 슛 기회를 놓치지 않는 능력이 있다.

98 프랑스월드컵에서는 벤치 멤버로 어시스트 1개에 불과했던 그가 2000 유럽선수권에서는 주전으로 올라섰고 이젠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아주리 군단' 의 주공격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2002 월드컵에서 부활을 꿈꾸는 이탈리아 축구 르네상스는 인자기와 그의 동생 시모네(라치오)의 발 끝에서 시작된다.

▶73년 8월 9일생 ▶유벤투스(이탈리아) ▶1m81㎝.74㎏

[포르투갈 피구]

피구의 이름에는 '사상 최고인 5천6백10만달러의 이적료' 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지난해 피구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자리를 옮겼다. 바르셀로나 원정경기에 처음 출전하던 날, 욕설을 담은 노래가 흘러나왔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그토록 사랑했던 피구였기에 그만큼 증오했다. 육상선수 출신답게 빠른 스피드, 그리고 안정된 센터링. 피구가 세계 최고의 윙플레이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2000 유럽선수권 준결승에서 포르투갈은 프랑스를 맞아 연장 접전 끝에 졌지만 피구는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아직 월드컵에 출전해보지 못한 피구. 데뷔 무대가 될 2002 한.일 월드컵에서 피구는 유럽을 넘어 세계 최우수선수에 도전한다.

▶72년 11월 4일생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1m80㎝.75㎏

[카메룬 음보마]

2000아프리카네이션스컵 결승. 원정에 나선 카메룬은 '19년 불패' 의 나이지리아를 꺾고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이날 승리의 주역은 선취골을 뽑아낸 '흑표범' 음보마였다. 음보마는 흑인 특유의 탄력을 이용한 헤딩과 화살처럼 튕겨나가는 몸놀림을 바탕으로 맹수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의 진가는 2000 시드니올림픽 4강전에서 다시 확인됐다. 칠레에 0 - 1로 뒤지던 카메룬은 후반 39분 터진 음보마의 동점골을 실마리로 2 - 1의 역전 드라마를 펼친다. 음보마는 스페인과 맞붙은 결승에서 맹활약을 펼쳐 조국의 품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줬다. 이제 그에게 남은 숙제는 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만든 로저 밀러의 뒤를 이어 2002 월드컵에서 '제2의 로저 밀러' 로 태어나는 것이다.

▶70년 11월 15일생 ▶파르마(이탈리아) ▶1m85㎝.85㎏

[아르헨 바티스투타]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공을 잡고 상대편 골문을 향해 달려간다. 관중석에선 일제히 "바티-골" 이라는 함성이 터져나온다. '골' 을 떼어낸 바티(바티스투타의 애칭)는 상상할 수 없다.

그는 이탈리아 피오렌티나에서 9년간 2백69경기에 출전해 1백68골을 기록했다.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선두를 질주하는 아르헨티나의 중심에는 바티가 서 있다. 사실상 본선 진출이 확정적인 아르헨티나. 전세계 축구팬들이 기다리는 것은 바티가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창조할 새로운 신화다.

94 미국 월드컵과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모두 9골을 터뜨리며 사상 첫 두 대회 연속 해트트릭의 기록을 세운 바티.

과연 세 대회 연속 해트트릭의 금자탑을 세울까.

▶69년 2월 1일생 ▶AS 로마(이탈리아) ▶1m85㎝.73㎏

[프랑스 지단]

"프랑스의 10번이 델 피에로였다면 프랑스는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의 10번이 지단이었다면 이탈리아가 챔피언이 되었을 것이다. "

축구에도 조예가 깊은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가 지난해 한 스포츠전문지와 가진 대담에서 지단을 두고 평한 말이다. 경기를 읽는 폭넓은 시야, 강하면서도 정확한 킥,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패싱. 프랑스 '아트사커' 의 야전사령관 지단은 게임메이커로서, 나아가 축구선수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갖췄다.

프랑스를 98 월드컵 정상의 자리에 앉힌 그는 여세를 몰아 2000 유럽선수권 패권마저 조국에 선사했다. 그리고 자신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하는 최고선수의 자리에 올랐다. 프랑스는 과연 월드컵 2연패를 이뤄낼 것인가.

▶72년 6월 23일생 ▶유벤투스(이탈리아) ▶1m85㎝.80㎏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