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차 매각협상 전망] GM '전세끼고 집사기' 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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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자동차 및 채권단과 미 제너럴 모터스(GM)가 대우차 매각을 위한 공식협상을 시작함에 따라 대우차 매각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협상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협상과정이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성사가 된다 해도 내년 초에나 GM과 대우차의 신설법인 출범이 가능할 전망이다.

◇ GM의 인수 전략=초기단계 협상의 초점은 대우차의 기업가치 평가다.

채권단은 대우자동차 매각협상의 출발점이 되는 대우차 기업가치를 3조원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화회계법인이 올 초 이를 3조7천5백79억원(GM과의 매각협상에서 제외된 상용차 부문 포함)으로 평가했고, 미국계 컨설팅사 아서 앤더슨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전제로 이를 최대 3조5천6백억원으로 평가한 게 근거다.

채권단은 이런 평가결과를 잘 알고 있는 GM이 대우차를 '전세끼고 집사기' 와 유사한 방식으로 인수하려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우차의 기존 부채를 최대한 탕감받되 채권단에 지분을 일부 나눠줘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다.

채권단은 GM측이 ▶5천억~1조원의 현금을 갖고 들어와▶대우차의 국내외 부채(금융권.납품업체 등)2조~2조5천억원만 떠안으며▶금융권에 대우차 신설법인 주식 33~49%의 지분을 주고 대우차를 사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채 2조~2조5천억원은 대우차의 전체 부채 22조3천억원(2000년말 기준)의 10% 수준이다.

대우차 부채는 지난해 말 금융권 부채가 11조9천5백억원이며, 나머지 10조1천5백억원은 납품업체 외상매입금과 직원 퇴직금 등이다.

◇ 채권단은 무엇을 얻나=국내 채권단은 기본적으로 대우차 채권을 최대한 GM에 넘겨 손실을 줄이는 것이 협상 목표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만큼 채권 가운데 상당액을 탕감해줘야 성사될 것이라는 점도 감안하고 있다. 빚 탕감폭을 놓고 GM측과 씨름을 해야 하겠지만, 대신 성사만 되면 밑빠진 독처럼 공적자금을 삼키던 대우차에 자금지원 부담을 덜게 되고 탕감 대가로 받은 지분도 회사가 정상화하면 제값을 받아 상당액을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채권단의 최대 관심사는 GM측의 부평공장 인수 여부다. GM측은 공장이 낡은 데다 생산 차종이 잘 팔리지 않아 계속 손해가 나는 부평공장 인수를 꺼리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채권단은 현재 7천명 이상의 직원이 근무하는 부평공장을 끼워 팔지 못할 경우 인원정리와 남동공단 부품업체들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어 GM측에 일괄 인수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GM측은 부평공장을 인수할 경우 추가로 투자자금이 많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들어 대우차 인수가격을 깎거나 금융 등에서 우대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 앞으로 협상 어떻게 진행되나=GM이 30일 대우차 인수제안서를 내더라도 최종 인수계약을 하기까지는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다. 우선 GM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협상양해각서(MOU)를 체결해야 되며 2~3개월 간의 정밀실사를 다시 거쳐야 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진행된 실사는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지만 양해각서 체결 후의 정밀실사는 구체적인 인수 가격과 인수 대상 등을 정하는 게 목적이다.

정밀실사와 동시에 양측은 본격적인 인수협상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GM과 채권단은 협상조건을 보다 유리하게 확정하기 위해 피말리는 '줄다리기' 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합의해 최종 인수계약이 체결되면 GM측은 새 법인을 설립, 인수 대상 자산을 자산인수 방식으로 넘겨받게 된다.

르노의 삼성차 인수사례를 보면 지난해 3월 인수계약서를 체결했음에도 법원의 승인 등 절차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9월 1일에나 출범할 수 있었다.

이영렬.정철근 기자 young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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