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이 안전띠 안 매면 기사만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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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1월 24일부터 택시와 시외·전세버스를 탈 때 반드시 좌석 안전띠를 매야 한다. 차가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물론 시내·시골길 등을 운행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사는 승객이 안전띠를 매도록 안내하고 착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기사 10만원, 운송사업자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토해양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11월에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되는 차량은 택시와 광역급행형 시내버스(M버스), 시외버스, 전세버스, 특수여객자동차(장의버스)다. 차량 출고 때 안전띠가 설치되지 않는 시내·마을·농어촌버스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새 법의 적용을 받는 도로는 도로교통법과 농어촌도로정비법에 규정된 도로다. 고속도로와 국도,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시·군·구도 등 사실상 모든 도로가 해당된다.

 의무화 대상 차량 기사는 출발 전 승객에게 안전띠 착용을 권하고, 실제로 착용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택시는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 승객도 해당된다. 운송사업자는 기사에 대한 교육 책임이 지워졌다. 분기에 1회 이상 안전띠 착용 안내·점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 적발되면 각각 10만원과 5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단속은 경찰과 지방자치단체가 맡는다. 다만 환자와 임신부, 장애·비만 승객 등은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법으로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시내·마을·농어촌버스를 제외한 모든 자동차 운전자가 동승자의 안전띠 착용을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상 도로를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로 한정하고 있다. 법 위반 시 운전자에게 부과되는 과태료도 3만원뿐이다.

 운수업계는 새 법에 반발했다. 특히 택시업계는 노사가 함께 “비현실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택시연합회 홍명호 전무이사는 “서울시내 택시의 평균 운행 속도는 40㎞ 안팎인데 많은 승객을 태우고 고속으로 장거리를 달리는 버스와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전국택시노조연맹 이희대 사무처장은 “기사가 야간에 뒷좌석에 탄 취객에게 안전띠를 매라고 강요하면 당장 싸움이 날 것”이라며 “승객도 같이 처벌한다면 모를까 기사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국토부 김용석 대중교통과장은 “한 해 25만여 대의 택시가 사고를 내는데 택시만 예외로 할 수는 없다”며 “승객이 끝까지 안전띠를 안 매겠다고 버틴 경우라면 기사의 정상을 참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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