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 막아선 서울시 삼성역을 출발지로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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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201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도권 고속철도(KTX)의 출발역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가 2009년 수서역 출발로 계획을 확정해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서울시가 최근 이를 삼성역으로 바꿀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5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에 수도권 KTX의 노선을 삼성역까지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서울시의 논리는 현재 별도로 추진 중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과 수서발 KTX 사업의 연계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즉 일산 킨텍스∼수서(동탄)를 연결하는 GTX가 삼성역을 거치는 만큼 KTX를 삼성역까지 연결하면 두 노선이 연결되고, KTX의 이용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역 지하에 주박시설(차량을 주차해 놓고 정비하는 곳) 설치가 기술적으로 어렵다면 삼성역에는 역만 두고 주박시설은 수서에 건설할 수 있다고 한다.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수서역에 GTX와 KTX의 통합역사를 짓고 삼성역 지하에도 KTX 역을 만들어 두 노선을 자연스럽게 연계시키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공사비와 사업 지연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공단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가 요구한 삼성역 연장을 위해서는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3호선, 분당선보다 아래로 내려가 건설돼야 한다. 고층빌딩 지하 구조물 로 지하 굴착이 가능한지 불확실한 데다 수서역 인접 공구와 연계검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다 사업비가 추가로 들고 사업기간도 3년 이상 더 소요된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김광재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지금 계획을 바꿔 수도권 KTX 개통이 지연되면 이와 연계된 호남선 KTX 사업도 늦어질 것”이라며 “시급한 KTX 사업을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GTX 사업과 연계할 수는 없다”고 했다.

 공단은 수서역 건설을 위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관리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해 3월 심의를 요구했지만 서울시가 지난 5월부터 세 차례나 보류시키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이사장은 “2009년 시종착역을 수서역으로 정한 것은 서울시가 교통 혼잡을 이유로 삼성역 출발에 반대했기 때문”이라며 “뒤늦게 입장을 바꾼 서울시에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구본환 국토부 철도정책관은 “서울시가 이런 식으로 중앙정부 사업의 발목을 잡으면 정부도 서울시의 도시철도사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를 최대한 설득해 개통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이제원 국장은 “공사비 증가 등의 문제를 알고 있지만 서울시 교통에 중요한 변화를 몰고 올 사안이기 때문에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다시 검토하자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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