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 지분 매각설에 관심 끄는 맥주시장 향방

중앙일보

입력

두산[00150]이 OB맥주의 지분을 해외매각한다는소문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국내 맥주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지분매각에 따라 현재 하이트맥주[00140]와 OB맥주 양대구도로 된 국내맥주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매각의사 밝힌 두산 = 지난해말부터 증권시장 등을 중심으로 두산이 맥주를포함한 주류사업부문을 정리한다는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소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두산이 현재 벨기에의 주류업체 인터브루사와 양분하고 있는 OB맥주의 지분(50%)를 인터브루사에 6천억원에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두산이 지난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인수한데 이어 올들어서는 한전 자회사인 한전기공의 인수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여기에 따른 자금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지분매각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담은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루머가 계속 불거지는데도 불구하고 두산측은 그동안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일축해 왔다. 두산중공업은 계열사 도움이나 핵심사업 매각없이도 한전기공을 인수할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에 굳이 OB맥주 지분을 매각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두산은 25일 공시를 통해 "지분매각에 대해 외국계 기관투자가와 협의중에 있지만 초기단계여서 합의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또 OB맥주의 박용성(朴容晟)회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분매각 추진 사실을 털어놓았지만 몇%를매각할는지와 지분인수 희망업체가 누구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않았다.

두산측은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지분인수를 위해 협상중인 해외기관은 인터브루사가 결코 아니다"면서 "초기협상중인 점을 고려해 상대방이 누구인지는밝힐 수없다"고 덧붙였다.

◆도약의 밑걸음 OB맥주 = 지난해 카스맥주를 포함해 5천480억원의 순매출에 4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OB맥주는 두산이 지난 52년 인수한 이후 오늘날 재계순위11위로 급부상하는데 발판역할을 해온 계열사였다.

두산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설문조사 결과 상당수 사람들이 두산을 '주류회사'로 인식하는 것도 바로 OB맥주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처럼 '효자' 노릇을 해온 OB맥주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부터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진로 계열사의 카스맥주와 하이트맥주의 공격적인 영업활동의 영향으로 그 전까지만 해도 70%를 자랑해던 OB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해 40%대로 곤두박질, 이후 하이트측에 수위자리를 내주게 됐다.

위기감을 느낀 두산은 이 와중에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당기게 됐고 결국 98년에는 OB의 지분 50%를 인터브루사에 매각하게 돼 지금까지 '한 지붕, 두 주인'의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관심 끄는 맥주시장 향방 = 두산측은 "비록 지분매각작업이 완료되더라도 일부 지분을 보유해 인터브루사의 한국측 파트너로 남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다시 말해 삼성테스코 등 일부의 경우처럼 '연결고리'를 위해서 상징적인 지분을 보유하더라도 경영권 행사 등 실권은 사실상 넘어간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OB맥주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관심을 끄는 업체는 하이트맥주다.

지난해 6천635억원의 순매출에 당기순익 701억원을 기록, 주식시장에서 '황제주'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한 하이트맥주의 현 지분구조를 보면 1대주주는 덴마크의 칼스버그(지분 12.8%)다. 그 다음으로 9.9%의 지분을 가진 박문덕(朴文德) 현회장과하이트 계열사로 특수관계인 하이스코트(7.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항간에는 하이트맥주의 창업주인 박경복(朴敬福)명예회장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칼스버그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인 주주들은 경영권에는 전혀 간여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알려져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OB맥주 지분 매각설과 관련해 칼스버그와 인터브루사 간에 물밑접촉 소문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경영권 변화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없는 상황"이라면서 "만약 OB에 이어 하이트까지 경영권 변화가 가시화할 경우 국내맥주시장은 결국 외국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지난해말 현재 국내맥주시장은 2조원대로 올해는 10% 가량 성장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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