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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기자가 가봤습니다] 아태지역 9개국 학생들 모인 ‘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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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다. 하지만 많이 배웠다. 다음엔 ….”

 지난달 29일 막을 내린 ‘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에 참가했던 한국 고교생 대표 3개팀 6명의 한결같은 소감이자 다짐이다. 글로벌 청소년 경제교육 비영리 기관인 JA가 주최하고 FedEx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청소년들의 경제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적 행사다. 지난달 26일 홍콩 침사추이의 솔즈베리YMCA 호텔 어셈블리홀에서 막이 오른 올해 대회에는 아태지역의 9개국(한국·일본·홍콩·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뉴질랜드·베트남·태국)에서 27개팀 54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우리나라 대표들은 선전했지만 입상을 하지 못했다.

홍콩=박형수 기자

대회 주제가 발표된 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는 대원외고의 주동범군과 조혜인양(왼쪽). 올해로 6회를 맞은 대회에 9개 나라 54명의 학생이 참가해 경쟁을 벌였다. [사진 FedEx]

2008년 이후 첫 수상 기대하며 출전

“우리나라에서 한 팀만이라도 꼭 1~3위 안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26일 홍콩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 국제공항에 모인 한국 대표팀의 얼굴에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다. 국내 예선에서 2위를 차지했던 임민재(부산 부일외고 2)군은 “영어 실력이 부족해서 걱정”이라며 “저랑 같은 팀인 근주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말했다. 예선 1위였던 고성준·조현우(강원도 민사고 2)군은 여유를 보였다. 고군은 “본선 주제는 아직 아무도 모르니까, 현장에서 누가 더 집중력을 발휘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마음을 편하게 갖고 부담 없이 대회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비쳤다.

 대표팀을 인솔한 JA 코리아 이선아 팀장은 “2008년 이후로 한국팀이 수상한 적이 없어 이번 대표들에게 기대가 크다”며 “국내 대회에서 보여준 실력만 발휘한다면 올해는 승산이 있을 것 같다”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서로 보완할 점 짚어주는 팀워크 발휘

첫날은 세계에서 모인 학생들이 친목을 다지며 선의의 경쟁을 서약하는 일정이 진행됐다. 한국팀이 대회장 안으로 들어서자 뉴질랜드 대표팀이 “I love Korea, I love 강남스타일”을 외치더니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추며 다가왔다. 한국팀도 덩달아 말춤을 추며 화답했다. 일본과 베트남·말레이시아 대표팀도 “강남스타일!”을 외치며 다가왔다. 주동범(서울 대원외고 3)군은 “한류 덕분에 한국팀에게 관심이 집중되는 분위기가 어색하긴 해도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27일 오전에는 비비 안 라오 JA 홍콩 CEO가 제6회 국제무역창업대회의 주제를 발표했다. ‘인도의 환경을 개선할 상품을 팔아라’였다. 순간 한국 대표단이 술렁였다. 국내 예선 주제가 ‘인도에 자판기를 팔아라’였기 때문이다. 조혜인(서울 대원외고 3)양은 “인도에 대해 시장 조사와 분석을 해봤기 때문에 우리가 유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결선의 날(29일)이 다가올수록 학생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국팀은 팀워크가 단연 돋보였다. 대표팀 전체가 수시로 모여 의견을 나누고 서로에게 조언을 구했다. 프레젠테이션 제작에 능숙한 조양은 다른 팀의 프레젠테이션도 검토하고 다양한 효과를 넣는 방법도 일러줬다. 한국팀끼리 모여 자체적으로 리허설도 했다. 주군은 “프레젠테이션의 생명은 효과적인 전달력인데, 같은 팀끼리는 아무리 봐도 문제점을 찾기 힘들다”며 “서로 심사위원이 돼서 상대편에게 보완할 점을 짚어주면 도움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팀 발표 끝까지 봐

준비는 마쳤다. 준결승을 앞두고 FedEx 코리아 한송이 실장이 한국 대표팀의 프레젠테이션을 점검했다. 대원외고팀은 ‘클린디아’라는 위생 상품을 개발했다. 대기오염이 심각한 인도의 현황을 짚고, 관광객과 인도의 상류층을 대상으로 청결함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의 참숯을 활용한다는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민사고팀과 부일외고팀도 국내 예선 때 준비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심층적인 분석과 예시를 보태 프레젠테이션을 완성했다. 한 실장은 “세 팀 모두 기대 이상”이라며 “대회의 주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한국에서만 생산되는 원료와 인도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매력적인 무역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후 3시에 심사를 맡은 홍콩 중문대 휴 토머스 경영학과장이 본선에 오를 9개 팀을 발표했다.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뉴질랜드.” 예상을 깨고 한국팀 이름은 빠졌다. 의외의 결과에 FedEx 관계자들이 “한국팀이 뽑히지 않은 걸 이해하기 힘들다”며 위로의 말을 건넬 정도였다. 학생들은 실망한 기색이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주군은 “이런 대회는 실력도 필요하지만 운도 작용하기 마련”이라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한국팀은 오후에 치러진 본선도 전원 관람했다. 싱가포르팀의 발표가 끝나자 조양은 “과연 잘한다”며 “팀원이 서로 호흡을 맞춰가며 주제를 전달하는 방식이 탁월해 보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군은 “뉴질랜드 팀이 자신감 있는 태도와 자유분방한 창의력을 보여주면서 프레젠테이션의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어 흥미로웠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다른 나라 학생들과 어울리며 축제 즐겨

최종 우승은 에코 투어 리조트에 대한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한 싱가포르의 조엘과 브레넌에게 돌아갔다. 2위는 홍콩, 3위는 뉴질랜드팀이 차지했다.

 시상식은 축제 분위기였다. 모든 참가자가 챔피언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며 기쁨을 나눴다. 이후 댄스 파티가 이어졌다. 파티의 절정은 또 한국팀의 몫이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지자 모두 무대에 올라가 말춤을 추며 축제를 즐겼다. 임군은 “국제무역창업대회는 경쟁 대회라기보다는 친선 축제 같다”며 “순위를 떠나 다른 나라 학생들과 어울려 한국의 위상도 확인하고 친구도 사귈 수 있어 행복하다”며 웃었다. 조양은 “결과는 아쉽지만, 앞으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깨달을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교과서 공부에서 벗어나 사회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아이디어라는 게 다양한 관심 분야가 어우러지면서 폭발력 있게 탄생하는 건데, 저희는 너무 교과적으로 접근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신문도 많이 읽고, 다양한 세상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게 중요한 공부란 걸 깨달았습니다.”

◆FedEx-JA 국제무역창업대회=아시아·태평양 지역 청소년들에게 국제 무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기업가적 역량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글로벌 경진대회다. 국내 예선을 거쳐 나라별로 3개팀씩 선발해 국제 대회를 치른다. 국제 대회 1위팀에는 미화 4000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2위 팀은 3000달러, 3위 팀은 2000달러를 받는다. 결선 2일 전에 대회 주제가 주어지며, 참가자들은 주제에 맞게 사업 기획안을 만들어 심사위원 앞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한 뒤, 그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www.facebook.com/AsiaPacificITC)을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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