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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고온현상 영향… 아카시아 '꿀흉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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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째 양봉업을 하고 있는 배경수(43.충남 천안시 성황동)씨는 최근 계속된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올해 최악의 꿀농사를 지었다.

1백여개의 벌통을 갖고 있는 裵씨는 "해마다 3백30㎏들이 20드럼 정도의 꿀을 생산했는데 올해는 10~11드럼에 그쳐 2천여만원 이상 수입이 줄어들었다" 며 한숨을 쉬었다.

봄 가뭄과 이상 고온 현상으로 전국의 양봉농가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25일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전국적으로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아카시아 꽃 상당수가 마르거나 아카시아 나무의 생육상태가 아주 나빴다는 것이다.

또 아카시아 꽃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꿀 함유량마저 크게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부터 계속된 고온현상으로 남부지방부터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아 꽃이 올해는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피었으며 개화시기도 예년보다 5일 이상 빨랐다.

이 때문에 개화 시기가 이른 남부지방부터 북쪽으로 이동하며 꿀을 채취해온 양봉 농민들은 올해 채밀(採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강원도 영서지방의 경우 예년에는 6월 초까지 채밀했으나 올해는 아카시아 꽃이 이미 떨어져 더 이상 생산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올해 전국 5만여 농가가 12만5천㏊의 아카시아 숲에서 채취한 꿀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3천~4천t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꿀 생산량(연 평균 7천~8천t.1천억원 규모)의 80%는 아카시아 꿀이다.

전국에서 양봉 농가가 가장 많은 경북(1만5천5백여 농가.4만8천㏊)지역은 이달 초부터는 꿀을 거의 생산하지 못해 피해가 제일 심했다.

양봉협회 최규철(44)사무국장은 "최근 20여년 사이 피해가 가장 컸다" 며 "양봉농가들이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강원도 최북단까지 이동하는 등 안간힘을 쏟고 있다" 고 말했다.

이찬호.김방현 기자 kbh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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