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북한 핵위협 겨냥 작년 6월 선제공격 계획 승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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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6월 북한과 이란을 겨냥해 '임시 전세계 공격 명령(Interim Global Strike Alert Order)'이란 이름의 극비 선제공격 계획을 승인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5일 보도했다.

신문은 '최후 수단으로만 볼 수는 없다?'('Not just a last resort?')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계획이 핵무기로 선제공격하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그 어떤 경우에도 이란과 북한에 대한 핵 공격을 명령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2003년 11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전략사령부는 북한과 이란의 위협에 대응한 '콘플랜(CONPLAN)8022-02' 비상 작전 계획을 수립했다. 이는 그해 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방위적이고 신속한 공격능력 계획을 수립하라"고 비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과거 오마하 전략사령부는 미국의 핵 전략을 담당했으나 이제는 전 세계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계획을 총괄하고 있다.

콘플랜8022가 기존의 전쟁 계획(war plan)과 가장 차별되는 것은 '시간'이다. 과거 미군이 수립한 작전 계획은 적의 위협에 맞서 육.해.공군과 보급을 총 동원하는 것이었다.

정치적 요인까지 고려해야만 했다. 당연히 전쟁 개시까지 많은 준비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콘플랜의 경우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왜냐면 이는 방어 계획이 아닌 공격 계획으로 적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인식'만으로 대통령이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8 공군사령관 브루스 칼슨 장군은 "우리 B-2, B-52 폭격기 편대는 반나절 또는 그보다 짧은 시간에 (세계 어느 곳이든) 타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엘리스 제독의 주도로 마련된 콘플랜8022에는 ▶정밀공격▶총체적 공격의 두 가지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정밀공격은 북한의 핵 위협을 겨냥한 것이다. 만일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구체적인 핵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될 경우 미국은 최첨단 폭격기로 핵 시설을 정밀폭격하는 것은 물론 전자전으로 적의 통신체계를 마비시켜, 북한군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꽁꽁 묶어 놓는다.

또 특공대를 적진 깊숙이 침투시켜 북한의 핵무기를 장악한다. 콘플랜8022의 내용 중에는 미국에 대한 적국의 핵 공격이 임박한 경우와 재래식 무기로는 파괴하기 힘든 목표물을 처리할 경우 핵무기를 동원하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총체적 공격계획은 적국의 대량 살상무기 인프라 전체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란이 갑자기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선언할 경우 미국은 총체적 공격에 나선다.

핵과 재래식 무기를 총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이란의 지하 시설을 파괴한다. 또 각종 특수 무기를 동원해 이란의 전력공급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레이더와 컴퓨터망을 마비시킨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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