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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이 전통문화 홍보 전초기지 … 한·중·일 ‘첫 인상’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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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전망대에 한국의 전통가옥을 테마로 한 상점가가 조성된다. 공항을 오가는 외국인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려는 취지다. 이르면 올해 연말까지 터미널 4층에 세워진다. 전통 건축물인 정자를 테마로 한 쉼터는 물론 전통차를 맛볼 수 있는 찻집과 기념품숍 등이 들어선다.

 인천공항공사는 이 같은 내용의 ‘여객터미널 전망대 리뉴얼 계획’을 최근 공개했다. 중국·일본 등이 자국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항에서 전통문화를 알리려는 노력을 진행 중인 데 따른 것이다. 예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베이징 서우두(首都) 국제공항에는 중국 전통황실의 정원을 모델로 한 실내 정원이 들어섰다. 일본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 국제선 터미널에도 에도시대의 거리를 재현한 쇼핑거리가 조성돼 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의 황실정원

중국 서우두 공항의 전통정원. 청나라 때 지어진 건축물 정심재를 모델로 했다. [연합뉴스, 사진 인천공항공사]

 ◆한·중·일 자존심 경쟁=서우두 공항을 방문한 외국인이 가장 먼저 만나는 풍경이 공항 로비 곳곳에 있는 중국식 정원이다. 중국은 2007년 이 공항을 리모델링하면서 공항 제3터미널의 2층 로비 세 곳에 정자와 분수대 등을 지었다. 로비 서쪽 입구에 위치하고 있는 ‘위위안셰취(御園諧趣)’는 베이징 북해 공원의 명소인 정심재를 본떠 다리와 정자를 짓고, 작은 연못을 꾸몄다. 약 200㎡의 실내 정원이 공항의 높은 천장과 어우러져 위용을 자랑한다. 로비 동쪽 입구에는 쑤저우의 대표적 전통정원인 망사원의 정자·누각 등을 모델로 한 정원이 위치해 있다.


도쿄 하네다 공항 에도시대 거리

일본 하네다 공항에는 에도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상점가가 조성돼 있다. [연합뉴스, 사진 인천공항공사]

 하네다 공항도 2010년 10월 국제선 터미널을 개장하면서 4층에 에도시대의 시장 풍경을 되살린 상점가 ‘에도코지(江戶小路)’를 만들었다. 일본 전통 목조가옥들이 늘어서 있어 발을 딛는 순간 일본 사극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거리다. 면적은 2300㎡로, 도쿄 내 유명 음식 체인점들과 일본 전통공예품 등을 파는 소품점이 들어서 있다. 출장 때문에 종종 하네다 공항을 이용한다는 회사원 김보영(35)씨는 “일본의 정취를 한껏 느끼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선 외국인 한복체험

인천공항 전통문화센터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들. [연합뉴스, 사진 인천공항공사]

 ◆한국문화 발신지 기대=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은 979만 명. 올해는 1000만 명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인천공항을 이용하지만, 실제 공항에는 이들에게 한국의 정서와 문화를 알릴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인천공항은 이런 문제의식에 따라 여객터미널 4층 전체를 공항의 랜드마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감도에 따르면 4층으로 들어서는 입구 양측에 큰 정자와 기와집이 세워진다. 여객터미널에 들어서는 순간 이 전통가옥들이 쉽게 눈에 띄도록 구성했다. 나머지 공간에는 전통 공연을 위한 무대와 쉼터 등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그간 진행해오던 전통문화 공연 및 체험행사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현재 탑승동 3층 양측에 위치한 한국전통문화센터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문화공연 및 매듭이나 자개 브로치 제작 등의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지난해 약 49만 명이 이 센터를 이용했다. 입국 통로에 전시된 유물의 종류와 수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한국문화를 알리는 홍보기지로서 인천공항의 역할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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