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기관 금융상품 모아논 중개업 사이트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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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사기 위해 라면공장에 가지 않듯이 이제 금융상품도 공장(금융기관) 이 아닌 금융백화점에서 마음대로 쇼핑하는 시대입니다. "

하우투론의 이성렬 대표는 한국에도 금융백화점인 대출중개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 대출중개회사만 1백여개에 달하고, 금융업계가 인정하는 업체도 20여개에 이른다.

백화점에 진열됐다 팔리지 않는 상품이 도태되듯 앞으로 금융백화점에서 금융상품의 경쟁력이 결정되는 새로운 풍속도가 자리잡을 조짐이다.

금융상품 중개업체는 여러 금융기관의 상품을 한 군데서 비교해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를 위해 중개업체들은 매일 각 금융기관들의 상품과 금리.조건 등을 수집해 제공한다.

또 은행과 보험사의 고객신용평가 시스템을 파악해 신청자가 온라인 상에서 자신의 신용정보를 올리면 가장 적당한 상품을 찾아주는 맞춤 대출 컨설팅을 해준다.

보험중개업체 인스밸리의 서병남 대표는 "회원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신청서를 쓰고 중개업체에서 추천한 상품이 마음에 들 경우 이를 선택해 구입하면 된다" 고 말했다.

최근에는 신청자가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면 가장 나은 대출조건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을 연결해주는 역경매 방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무료로 담보물의 가치를 평가하고 대출서류 작성을 대행해 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중개업체는 고객에게 돈을 받지 않는 대신 금융기관들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아 꾸려간다. 부동산담보대출의 경우 대출금액의 0.2%, 소액신용대출은 건당 2만원의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마땅히 돈을 굴릴 데가 없어 고민하는 금융기관들은 대출 경비가 절약되는 점을 감안해 중개수수료를 줘도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중개업체들의 매출액은 쑥쑥 늘고 있다. 대출 역경매를 하는 론프로의 경우 지난해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만8천여건(8백억원) 의 중개실적을 올렸다.

쇼핑방식의 하우투론도 지난달 1천5백건의 신청을 받아 1백여건의 대출을 성사시켰다. 요론닷컴은 부동산담보대출만으로 지금까지 3백건(2백억원) 의 대출을 중개했고 5월부터 소액신용대출 중개도 한다.

이밖에도 옛 동남은행 직원들이 만든 뱅크체크와 한국컴퓨터의 자회사인 한네트 등도 영업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보험의 경우 보험사별로 자동차보험료가 최고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아 보험중개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인스밸리와 보험넷.사이버보험.팍스인슈.보험합리주의 등이 있다.

하지만 예금을 취급하는 중개업체는 아직 없다. 금융기관마다 자금이 남아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예금을 유치하려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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