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재활 이렇게 한다] 17. 함께하는소프트 이대호 부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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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 유통전문 업체인 ㈜함께하는소프트의 이대호 부사장(42.사진)은 1997년 환란 전후의 경제난을 온몸으로 겪었다.

진로그룹 기획조정실 과장으로 일하며 앞길이 밝았던 李부사장은 그룹이 화의신청을 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옛 직장 동료의 추천으로 어린이컴퓨터 교육업체의 기획실장으로 들어갔으나 환란이 터지면서 다시 짐을 쌌고, 정부의 실업수당도 4개월치를 받았다.

지난해 1월엔 전화광고 업체에 어렵사리 둥지를 틀었지만 회사의 적자가 쌓이면서 다시 실직자로 돌아갔다. 3년새 세번이나 직장을 잃은 셈이다.

李부사장은 "실직할 때마다 운명으로 받아들였고, 시련이 와도 긍정적으로 살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고 말한다.

◇ 한길로 승부〓李 부사장은 진로에서 일할 당시 백화점.편의점 사업의 기획을 주로 맡았다. 그는 퇴직과 재취업이 반복되는 과정에도 유통 분야의 끈을 놓지 않았다

李 부사장은 "유통분야는 적성에 맞고 실무 경험도 적지 않았으나 이론적 바탕이 적은 것 같아 직장을 놓을 때마다 공부했다" 고 말했다.

실업수당을 쪼개 인천기능대의 인터넷 검색사를 다니면서 인터넷유통 비즈니스를 배웠고 서울대.연세대의 단기 전자상거래 과정도 이수했다. 올초엔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 사이버MBA과정에 입학해 경영학 석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함께하는소프트에 취직하기 직전엔 의약 분업을 겨냥한 인터넷의약품 상거래 사이트 개설을 준비했었다.

그는 "대학의 전문과정에 입학할 때는 직장명함이 있다가 재학중 퇴직할 때가 낯이 가장 뜨거웠다" 고 말했다.

◇ 준비하면 기회는 온다〓올 3월 ㈜함께하는소프트는 사업을 확장하면서 유통분야의 기획력을 갖춘 경력자를 찾았고 李부사장은 어렵지 않게 입사할 수 있었다.

함께하는소프트의 김상구 사장은 "소프트웨어 유통시장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데다 사업기획 경험이 풍부해 李부사장을 뽑을때 고민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어린이 컴퓨터 교육업체의 기획실장으로 있을 때 낸 기획 아이디어와 판매실적을 인정받아 당시 능률협회 유통부문 대상을 받은 경력도 있다.

李부사장은 현재 소프트웨어 판매기획은 물론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달새 가족용 캐릭터 디자인 프로그램인 '디지몬 보물섬' 을 3만장 이상 팔아 판매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엔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시스템 구축작업에 몰두중이다.

◇ 밑바닥 생활전선도 경험〓진로를 나오면서 李부사장이 손에 쥔 퇴직금은 수백만원에 불과했다.

10년 다녔지만 대출을 받아 산 우리사주 값이 곤두박질해 퇴직금의 상당 부분을 주식매입 대출금을 갚는데 썼기 때문이다.

진로를 떠나자마자 환란이 닥쳐 새로 일자리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고작 찾는 인력은 일선 지방영업직이나 근무조건이 나쁜 생산직이 대부분이었다.

벼랑에 몰린 李부사장은 지방의 한 생산공장에 취직하려고 가족들에게 이를 털어 놨다가 집안 전체가 울음바다가 됐다고 한다.

李부사장은 "직장생활 공백이 있을 때마다 안해 본 일이 없다" 며 "밑바닥 생활전선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았다" 고 말한다.

그는 "함께하는소프트는 올해 지난해의 두배 수준인 1백5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며 "소프트웨어 유통분야에서 새인생의 활로를 열 것" 이라고 말했다.

고윤희 기자 y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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