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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금괴 확인, 한국은행도 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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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 탈북자가 대구 동화사 대웅전(보물 제1563호) 뒤뜰에 묻혀 있다고 주장하는 금괴(40㎏·약 24억원)의 확인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1일 문화재청이 발굴을 허가한 이후 두 달이 넘었지만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발굴허가를 받은 탈북자 김모(40)씨와 동화사가 금괴가 나올 경우 처리문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에 따르면 동화사는 최근 김씨에게 금괴의 처리방안을 제의했다. 금괴가 나올 경우 경찰서에 보관하고 (소유권은)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는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동화사는 금괴를 발굴할 경우 복구방법과 매장물 발견 시 처리방안을 김씨와 협의할 때까지 굴착작업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의견서를 7월 9일 대구 동구청에 제출했다. 이후 김씨와 동화사 측이 이 문제를 협의하느라 발굴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다. 동화사 측은 지난 1월 김씨가 문화재청에 발굴신청을 할 때 ‘금괴가 나올 경우 소유권은 법률의 규정에 따른다’고 합의한 만큼 그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반발하고 있다. 그는 “동화사 측이 금괴를 경찰서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이를 법적 분쟁의 대상으로 만들어 매장물로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법은 매장물을 발견한 뒤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발견자와 토지 소유자가 절반씩 나눠 갖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는 북한의 양아버지(82)에게서 소유권을 넘겨받은 만큼 자신이 금괴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매장 지점과 매장량을 정확하게 제시한 점이 증거라는 것이다.

 소유권 논쟁은 한국은행으로도 번졌다. 한국은행은 ‘금괴 발굴 때 참관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최근 문화재청과 동화사에 보냈다. 동화사에 매장돼 있는 금괴가 6·25전쟁 때 한국은행에서 도난당한 것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25전쟁 발발 이틀 뒤인 1950년 6월 27일 서울 본점에서 순금 1070㎏과 은 2513㎏을 우리 군의 트럭 1대에 싣고 경남 진해 해군통제부로 이송했다. 하지만 당시 급박한 상황 탓에 순금 260㎏과 은 1만5970㎏은 옮기지 못하고 그대로 두었으나 28일 은행이 인민군에 접수되면서 약탈당했다고 한다. 김씨의 양아버지가 인민군이었다는 김씨 지인의 말 등을 고려해 이때 도난당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괴가 한국은행의 것으로 확인되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에 대해 김씨는 “당시 인민군이 동화사까지 내려가지 않았고, 갔다고 하더라도 남한 땅에 금괴를 묻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대구 인근 출신으로 당시 큰 사업가의 아들이었던 양아버지가 전쟁 중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동화사에 묻은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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