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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대 성장 현실로 … ‘반전카드’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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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경제 성장률 2%대가 현실이 돼가고 있다. 수출은 줄고, 물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안팎으로 죄어오는 겹태풍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 목표치는 3.3%였다. 그러나 10개 해외 투자은행의 7월 전망치 평균은 2.9%다. 한국의 신용등급을 올렸던 무디스조차 2.5% 성장을 경고했다. 성장률이 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 6만~7만 개가 날아간다.

 한국 경제의 동력인 수출부터 날개가 꺾였다. 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전년동기비 6.2% 줄었다. 7월(-8.8%)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13개 주요 수출품 중 11개의 수출이 줄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7% 줄었고, 무선통신기기는 26.7% 감소했다.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시장마저 경기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운호 지경부 무역정책관은 “모든 대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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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수 역시 불안하다. 건설사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8월 건설업 경기실사지수는 59로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가 100 미만이면 건설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물가도 들썩인다. 2일 전국 모든 시·도의 휘발유 평균가격이 L당 2000원을 넘었다. 석 달 보름 만의 일이다. 최근 태풍에 따른 농경지 피해면적은 4만ha가 넘는다. 2010년 곤파스 때는 한 달 후 신선식품 물가가 15.7% 상승했다. 공교롭게도 추석이 딱 4주 남았다. 소비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목 경기’마저 사라질 판이다.

 이런 각종 지표는 저성장 전망에 대한 확인 도장인 셈이다. 이미 국내외 금융사와 연구소는 한국의 성장률 2%대를 기정사실화했다. 노무라는 7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대로 하향 조정을 검토 중이다.

이미 1분기(2.8%)와 2분기(2.4%) 성장률은 2%대다. 연말까지 남은 4개월 동안 반전을 예상하는 경제연구소는 없다. 한국이 올해 2%대 성장을 하면 최근 5년간 세 번(2008년 2.3%, 2009년 0.3%)이나 3% 미만의 성장을 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4%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의 하락도 불가피해진다.

 정부는 할 말이 없어졌다.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고 자락을 깔긴 했지만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정부는 원자재 가격의 상대적 안정을 내다봤다. 그러나 7월 두바이 현물 가격 평균은 배럴당 99달러, 8월은 108달러에 달한다. 지난달 31일 가격은 110.24달러다. 국제곡물가격도 정부 전망은 ‘일부 제외 하향 안정’이었으나 미 농무부의 국제 곡물 생산량 전망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호무역주의는 강화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잠재적인 무역제한조치가 534건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경기 대응의 강도와 규모를 키울 방침이다. 이미 발표한 8조5000억원 규모의 재정 투자를 10조원대로 늘리는 방안이 곧 발표된다. 기업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009년 7월 280여 건의 규제를 유예하거나 폐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상반기에 재정 조기 집행을 한 상황이라 하반기에 추가로 마련할 실탄이 별로 없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종합적인 긴급 경기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만기 연장이나 이자 조정 같은 가계부채 부담을 줄이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부동산 가격 급락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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