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동기들의 요즘 근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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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박찬호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보낸 첫 해에 기록한 성적은 14승 8패 방어율 3.32의 놀라운 성적이였다.

그로부터 4년 이후 박찬호는 그간 LA 다저스가 기대했던 모습 그대로 성장했다. 그럼 박찬호의 빅리그 동기생들의 현재 모습은 어떨까?

이들의 공통점은 97년에 첫 풀타임을 맞았다는 것과 95마일에 이르는 강속구와 각이 큰 변화구를 구사하며, 컨트롤에 약간의 문제를 안고 있는 투수라는 것이다.

1. 션 에스테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97시즌이 끝나고 가장 주목을 받았던 투수는 션 에스테스였다. 풀타임 첫 시즌에 19승 5패 방어율 3.12를 기록한 좌완 강속구투수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였으며 자이언츠의 미래를 이끌 선수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첫 시즌 200이닝을 넘기며 무리한 어깨는 이듬해 2년차 징크스와 함께 나타났고 5점대의 방어율과 7승 12패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에스테스의 문제는 97년 이후 그리 발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매 시즌 100개이상의 사사구를 내주던 컨트롤 불안이 4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혀 개선돼지 못한 것은 대형투수로 성장하기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에스테스는 매 시즌 10승 정도는 보장해 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2. 리반 에르난데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플로리다 말린스 소속이였던 97시즌은 리반 에르난데스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다.

96년 단 한게임만 출전해서 실질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무대였던 97년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맛보았으며 MVP까지 거머쥐는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MVP의 성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9승 3패 방어율 3.18의 평범한 정규시즌 성적이였지만 17경기를 치른 성적으로는 뛰어났다. 더불어 95마일에 이르는 강력한 직구와 많은 땅볼을 유도해 내는 묵직한 싱커는 낙관적인 미래를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난 해 17승을 기록하기전 2년동안 18승 24패 방어율 4.68로 기대에는 못 미치는 부진을 보여 기대대로 성장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그가 제 페이스를 찾지 못했던 결정적인 원인은 직구의 구속의 하락으로 들 수 있다. 스피드가 떨어지며 다른 볼의 위력까지 반감됐던 것이다.

그의 스피드가 떨어진 이유에는 말린스 당시 감독이였던 짐 릴랜드의 혹사와 지나친 음식의 탐닉으로 인한 비만, 이미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린 쿠바 선수들의 '나이속이기' 등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시즌의 성적이 고무적인 것은 그가 스피드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이뤄낸 성적이라는 것이다. 빠른직구를 주무기로 하던 투수들은 스피드가 떨어지면 선수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이를 극복해 냈다. 올 시즌 초반 많은 피홈런을 기록하며 부진을 보이고 있지만 제구력을 찾는다면면 제몫은 할 수 있는 투수다.

3. 더스틴 허먼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몬트리올 엑스포스 소속이였던 97년 8승 8패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당시로는 박찬호와 가장 비슷한 잠재력을 가진 투수로 평가 받았다. 또한 에르난데스와 에스테스가 첫 시즌 뛰어난 성적을 이어나가지 못한 반면 박찬호와 허먼슨은 팀과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했다.

두 선수가 가진 공통점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라는 것이다. 지난 3년간 허만슨은 전반기엔 방어율 4.89 15승 21패를 기록한 반면 후반기엔 20승 18패 방어율 3.82의 수준급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허먼슨이 박찬호 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는 투구패턴이 지나치게 단조롭기 때문이다. 고집스럽게 직구위주의 투구를 구사하는 허먼슨은 매 게임 5이닝을 넘기면 급작스런 체력저하를 보인다. 뛰어난 변화구를 두고도 제대로 써적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 5승 1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6이닝 이상을 던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디널스의 핵타선을 등에 업은 허만슨은 동기들보다 한 발 앞서 20승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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