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이제는...〉'반민특위' 집중조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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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未完)에 그친 친일파 청산은 우리 민족의어깨를 짓누르는 영원한 짐인가. 미제로 남은 우리 민족의 친일파 청산문제는 종전후 지금까지 나치 협력자에 대한 처벌을 계속하고 있는 프랑스의 예와 흔히 비교되곤 한다.

해방후 민족의 여망에 따라 출범한 '반민특위'(반민족행위자처단 특별위원회)는한때 박흥식(당시 화신백화점 총수), 노덕술(고등경찰)씨 등 친일파를 체포해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1949년 6월 무장경찰의 습격을 받아 반민족 피의자 수사기록을 빼앗김으로써 그런 기대는 수포로 돌아갔다.

이 때문에 반민특위는 우리 현대사에서 '잘못 꿰어진 첫단추'라는 오명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MBC TV는 창사 40주년을 맞아 25일 '반민특위'(반민족행위자처단 특별위원회)를집중 조명하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반민특위, 승자와 패자〉(밤 9시55분) 는 해방후 우리민족의 가장 큰 숙제였던 일제잔재의 청산이 왜 좌절됐으며,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반민특위'가 친일세력들의 거센 저항과 그들을 필요로 했던 이승만 체제의 연대로 좌절된 경위도 상세히 담았다.

제작진은 반민특위 참여자 가운데 아직도 생존해 있는 이원용(82.당시 총무과장), 이병창(85.특경대장), 백재호(85.전남지역 조사관), 심륜(78.경남지역 조사관)씨등 4인과 김인식(제헌의원), 선우 진(김구 선생 비서관), 오소백(반민특위 출입 합동통신 기자), 장석윤(미군정 고문)씨 등의 증언을 통해 건국초기 친일파 청산을 둘러싼 여러 정치세력들의 복잡미묘한 움직임도 되짚어본다.

또한 독립운동가 이광우 선생이 일제 당시 고등경찰 하판락씨를 고발했으나 반민특위가 무혐의 처리한 사례를 통해 친일파 청산문제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도계속되고 있는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준다.

제작진은 이와함께 프랑스 현지 취재를 통해 우리와 달리 종전후 지금까지 나치협력자에 대한 역사적 심판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프랑스의 '역사 바로세우기'를 살펴본다.

2차대전 당시 프랑스는 4년여의 나치 점령을 벗어난 뒤 비시정권 아래서 독일에협력했던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처형했다. 즉결처분과 정식재판을 통해 단죄된 인원은 무려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드골이 나치협력자 처단을 위해 최고재판소를 설치하는 등 국가의 이름으로 전후 사회의 새로운 질서 수립에 앞장섰는가 하면 유태인학살 가담자에 대해서는 반인류범죄로 처벌할 수 있게 한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 준다는 것이 제작진의설명이다.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명동입구 반민특위 건물과 반민특위의 재판장면 등이 3D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재현된다는 것도 독특하다.

연출자인 정길화 PD는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일제잔재 청산문제를 다시 논하는것이 부질없는 얘기가 아니냐는 역사 패배주의와 허무주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그러나 친일파 청산문제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기 위해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명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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