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울상짓는 진짜 캐릭터

중앙일보

입력

"저작권에 대한 몰이해가 '짜가' 를 만듭니다. 벌금을 물땐 물더라도 일단 돈부터 벌고 보자는 심산이지요. 애써 개발한 캐릭터의 이미지가 흐려지는 것은 안중에도 없어요. "

히트 캐릭터 '마시마로' (일명 엽기토끼) 의 라이센스 대행업체 관계자의 탄식이다. 3개월 전 출시돼 약 50만개의 인형이 팔린 마시마로가 시중에 나도는 모조품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에 고소한 것만 다섯 건이 넘는다. '가짜를 판다' 는 제보가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경고를 하지만 개별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비소년' 은 더하다. 아직 캐릭터 상품이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인형.티셔츠.핸드폰 액세서리 등의 가짜가 등장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인츠닷컴 측은 "품질이 워낙 조잡해 '우비소년' 을 모르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우려가 있다" 고 말했다.

인형의 경우 약 5만개가 시중에 풀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상표권은 출원한 상태다. 그러나 정식으로 등록되려면 짧게는 7~8개월에서 길게는 1년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가짜 제조업자들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저작권법을 적용하더라도 대부분 벌금 처분이 나오므로 업자들은 '벌금을 물 각오를 하고 만든다' 는 게 피해자들의 지적이다.

국산 캐릭터로는 아기공룡 둘리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시마로, 또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땀과 창의력의 결실로 빛을 본 우비소년 등이 저작권에 대한 무지와 무시, 그리고 헐거운 법 적용 등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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