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5승 실패 '그러나 잘 던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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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초 LA 다저스의 공격, 선두타자로 박찬호가 나왔다.

이미 5회까지 95개의 공을 던졌고, 스코어는 3점차로 벌어져 있어 틀림없는 대타 타이밍이었음에도 타석에 등장한 것이다. 박선수는 공 세개만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6회말 메츠의 공격, 박선수는 안타-실책-몸에 맞는 공을 연속적으로 허용하며 무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다. '괜히 더 던졌다'란 후회가 드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박선수는 눈부신 위기관리능력을 선보이며 한점도 허락하지 않았고, 3번째 아웃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순간에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마운드를 떠났다.

21일(한국시간) 새벽 셰이스타디움에서 있었던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박찬호(28 · 다저스)는 또 다시 시즌 5승에 실패했다. 6이닝동안 7안타 · 2사사구를 허용하며 3실점했으며 2점대 진입을 노렸던 방어율도 3.15로 높아졌다. 그러나 박찬호는 강판후 다저스가 경기를 뒤집어 패전은 면했다.

2회가 너무도 아쉬웠다. 박선수는 선두타자 토드 질을 볼넷으로 내보낸 다음 아웃카운트 두개를 쉽게 잡아내며 이닝을 간단히 마무리하는 듯 했다. 그러나 박선수는 최근 10경기서 타율 .091로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는 레이 오도네스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아 첫번째 실점을 했다. 위력 없는 직구를 가운데로 밀어 넣다 한방 맞은 것.

박찬호는 후속타자로 나선 투수 릭 리드에게 다시 2루타를 맞았고, 1번타자 티모 페레즈에게 우전안타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3점을 내줬다. 다저스의 좌익수 개리 셰필드는 리드를 홈에서 잡아낼 수 있는 상황에서 엉뚱한 송구로 한숨을 자아냈다.

확실히 16일 몬트리올 엑스포스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허리 문제 때문에 전력피칭에 애를 먹고 있는 박찬호는 엑스포스전에서는 위력은 떨어졌지만 컨트롤이 잡힌 직구 덕에 안정적인 피칭을 했지만, 이날은 제구력마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비록 박선수는 하위타선에게 점수를 내주긴 했지만, 결코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는 모습은 확실히 한 계단 더 올라선 느낌이었다. 특히 6회말 무사 만루의 위기를 타개하며 기어코 퀄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미만)를 만들고 물러난 것은 1천이닝 이상을 투구한 베테랑다운 모습이었다.

박찬호만 나오면 물방망이가 되는 다저스 타선은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7회까지 리드에 산발 3안타 무득점으로 묶였던 다저스는 8회초 무사 1 · 2루에서 대타 데이브 한센의 적시타로 1점을 쫓아간 후 마키스 그리섬이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박찬호에게 한발 늦은 선물을 줬다.

다저스는 8회초에서만 5점을 몰아치며 경기를 5-3로 뒤집었지만, 8회말에 동점을 허용한 후 9회말 신조 쓰요시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아 5-6으로 석패했다. 신조는 박찬호와의 대결에서는 좌익수 플라이 · 유격수 땅볼 · 3루수 실책으로 완패했지만, 9회말의 끝내기 안타로 이날의 영웅이 됐다.

다저스는 패전에도 불구하고 지구 2위 팀들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모두 패함으로써 반경기 차 선두를 유지했다.

박찬호는 오는 27일 오전 11시10분 강타선이 버티고 있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홈경기에 등판, 다시 5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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