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방송 강의 중단

중앙일보

입력

도올 김용옥씨가 KBS 1TV 논어강의를 중단했다. 김씨는 21일 오전 언론사에 배포한 '방송 사퇴서' 를 통해 "스스로 권력화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며 이제 학자의 본무로 복귀할 것" 이라고 밝혔다. 지난 주 금요일 (5월18일)에 방영한 64회가 마지막 강의가 된 셈이다.

김씨의 사설 고전교육기관인 도올서원측은 "자신들도 20일 저녁에야 알았다" 며 김씨가 21일 아침 일본으로 떠났다고 밝혔다. 한 달 정도의 일정으로 구체적 계획 없이 미국 등을 돌며 옛 스승도 찾아뵙고 머리를 식힐 예정이라고 한다.

김씨는 사퇴서에서 "나의 지식과 신체의 한계도 없고 어떤 압박감도 없다" 면서 "강의 중단이 도피가 아니고 정당한 단절" 이라며 자신의 강의 중단을 옛 선비의 낙향 (落鄕)에 비유했다. 과거 선비들이 자신이 권력화 되어가고 권력을 추구하는 자들의 도구화 되어감을 느낄 때는 아무 이유없이 지위를 사양하고 은거한 것은 우리 유학의 전통이며 정당한 사회적 가치로 존중받았다는 것이다.

'도올의 논어 이야기' 를 방영하고 있는 KBS측도 21일 오전 서면으로 도올의 사퇴 통보를 받고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김씨는 이날 오전 도올서원 관계자를 통해 KBS 사장.부사장.편성국장과 담당 PD 등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된 KBS 인사들에게 사퇴 편지를 전했다.

이 프로의 박해선 책임PD는 "지난 19일 토요일에도 방송 관련해 전화를 걸어 '방송이 아주 잘됐다' 고 격려했다" 며 "방송을 그만두겠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일본에 가 있다고 하는 도올과 연락을 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며 "그의 정확한 의사를 듣고 난 뒤에야 어떻게 할 지 결정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도올서원측은 "강의는 중단했지만 현재 3권까지 펴낸 『도올 논어』 (통나무) 는 계속 끝까지 완간할 예정이며, 저술과 번역 그리고 도올서원 강의가 도올이 복귀할 학자의 본무" 라고 말했다.

매주 금요일 두시간에 걸쳐 지난 해 10월 말 부터 방영해 온 도올의 강의 프로는 전체 1백부 중 18일 현재 64부까지 방영된 상태다. 도올은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KBS 본관 스튜디오에서 이 프로를 녹화했다. 프로그램 내용을 대부분 도올 스스로 준비했으며 녹화에 앞서 제작진과 방송 내용에 대해 협의를 하는 것 외에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완벽한 자율권을 가지고 있었다.

KBS 논어강의 이전에 방송 된 EBS TV 노자 도덕경 강의 때부터 그의 고전해석 방식과 강의 스타일은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었다. 이른바 '도올 논쟁' 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며 갑남을녀도 공자와 노자를 일상에서 언급하게 했다. 어려운 동양고전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 그의 동양학 대중화 공로는 인정하지만 재미와 상품성을 강조하는 방송의 특성상 그의 강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학계 일각의 평가다.

김씨는 강의를 중단하면서 "나의 강의가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해도 바로 그 공감의 장 속에서 권위화되고, 권력화되고, 찬반의 희롱물이 되고, 시세의 상품이 되며, 반복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고 있다면 그것은 나 도올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하여 모두가 깊게 숙고해봐야 할 문제" 라며 그의 강의에 대한 찬반론자 모두에게 마지막 문제를 제기했다.

배영대.우상균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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