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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인터뷰] 프로 전향, 18세 이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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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7일(한국시간) 캐나디안 여자오픈 마지막 날 4번 홀에서 드라이브 티샷을 하는 모습. [중앙포토]

“TV를 통해서만 봤던 한국에 오게 돼 설렜어요.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눈물이 왈칵 났어요.”

 CN 캐나디안 여자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우승한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5·한국명 고보경)가 29일 0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뒤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했다. 리디아가 한국을 찾은 건 9년 만이다. 여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난 뒤 한 차례도 고국 방문을 못했던 그는 최근 외할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듣고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날아왔다.

 리디아는 이날 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6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얼굴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는 그는 “제주에 계시는 외할머니를 만나면 좋아하는 산낙지와 회를 실컷 먹고 싶다”고 말했다.

 리디아는 이처럼 감정이 풍부한 소녀지만 코스에서만큼은 적수가 없는 선수다. 그는 지난 27일(한국시간) 끝난 캐나디안 여자오픈에서 1969년 조앤 카너(버딘스인비테이셔널) 이후 43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이자 최연소(15세4개월)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에 앞서 지난 1월에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오픈에서 프로 대회 최연소(14세9개월) 우승 기록도 썼다. 하지만 리디아는 프로 대회에서 우승한 감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고 했다.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프로 대회의 성적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어요. 오히려 8월 중순 US여자 아마추어선수권 우승은 꼭 바랐던 거라 눈물이 펑펑 났어요. 지금은 아마추어인 게 더 좋아요.”

세계 여자골프 투어의 각종 우승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가 29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9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중앙포토]

 리디아는 1997년 서울에서 테니스 선수 출신인 아버지 고길홍(51)씨와 학교 선생님이었던 어머니 현봉숙(50)씨의 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체력과 운동 신경을 그대로 물려받아서인지 골프에 소질을 보였다. 어머니 현씨는 “학교에서 공부도 하면서 즐기는 골프를 가르치기 위해 이민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파인허스트스쿨 11학년인 리디아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학교에 다닌다. 대회 출전과 연습으로 빡빡한 스케줄이지만 지난 학기에 수학에서 A를 받았다. 그는 “타이거 우즈, 미셸 위처럼 스탠퍼드대에 가는 게 목표”라고 웃었다. 이어 “어떤 일이든 그 나이에 해야 할 일이 있는 것 같다. 프로 전향은 18세 이후에나 생각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리디아는 지난해 5월부터 69주 연속 여자 아마추어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있다. 9월 말 터키에서 개막하는 세계 여자아마추어팀선수권대회에 뉴질랜드 국가대표로 출전하는데 랭킹 2위인 한국의 김효주(17·대원외고2)와 대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는 “효주 언니랑 US여자 아마추어선수권 때 함께 식사할 정도로 잘 안다”며 “재미있는 대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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