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실 숨긴 자기소개서 적발땐 3년간 대입지원 제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현재 고 2년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4학년도 입시부터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범죄 경력 등 주요 사항을 고의로 뺀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이 취소된다. 또 이후 3년간 모든 4년제 대학에 지원할 수 없게 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9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2014학년도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이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오성근 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최근 물의를 빚은 성범죄 전력 학생의 성균관대 입학처럼 지원자가 입시에 필요한 주요 사항을 빠트리고 다른 활동만 강조해 입학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단 올해 입시에서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적용 여부를 정하도록 했다.

 대교협에 따르면 대입전형 기본사항은 입시 일정과 주요 원칙 등을 대학들이 협의해 발표하는 것으로 각 대학은 법률(고등교육법 시행령 33조)에 따라 이를 준수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2014학년도 입시부터는 범죄 기록을 포함해 전과가 남지 않는 소년보호처분, 학교폭력 조치사항 등 인성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입학지원 서류에 모두 명시해야 한다. 이를 누락한 사실이 적발되면 재학 중이라도 입학이 취소된다.

 오 실장은 “각 대학은 의무적으로 학칙이나 모집요강에 관련 조항을 담아 지원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누락돼선 안 되는 주요 사항에 대한 세부 가이드라인은 11월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실수로 생긴 누락은 어떻게 처분할지도 함께 결정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대학에서는 당장 올해 입시부터 해당 조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5일부터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서강대는 자기소개서 기재 주의사항에 ‘입학 관련 주요 사실을 고의로 누락할 때는 합격을 취소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하기로 했다. 이욱연 서강대 입학처장은 “법적 논란이 생기지 않게 입학 취소 근거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도 이번 입시부터 입시관련 서류에 범죄 경력 등을 명시하지 않고 입학한 경우 취소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입시서류에 기재할 ‘주요 사실’의 범위가 명확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3학년 부장교사는 “흡연이나 음주, 가출 등도 주요 사항에 넣어야 하는지를 두고 교사들 사이에서도 판단이 다르다”며 “굳이 안 써도 될 내용까지 기재했다가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다른 학교의 3학년 담임교사는 “대학들이 기재를 요구하는 주요 사실이 뭔지 명확히 밝혀줘야 혼란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