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폭풍전야의 뉴욕과 마이애미

중앙일보

입력

'폭풍전야'

현재의 뉴욕과 마이애미의 사정을 고려할 때 가정 적절한 표현인듯 싶다.

마이클 조던의 은퇴 이후 인디애나와 더불어 3강체제를 형성했던 뉴욕과 마이애미. 올시즌 인디애나가 팀을 젊은 선수 위주로 개편하며 3강에서 떨어져 나간후, 그들은 진정한 동부의 왕좌를 겨룰 것으로 예상되었다. 신흥강호 필라델피아가 동부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각각 동부 3위와 4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3년동안 플레이오프에서 뉴욕을 만나 탈락했던 마이애미는 올시즌 에디 존스, 브라이언 그랜트, 앤서니 메이슨을 영입했고, 알론조 모닝마저 신장병을 딛고 복귀한 상태라 단숨에 우승후보로 평가되었다. 뉴욕 역시 정규시즌 성적은 4위였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언제나 신비로운 힘을 냈던 탓에 많은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두팀은 모두 1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마이애미는 샬럿을 상대로 특유의 강력한 수비가 허물어지며, 매경기 대패를 당하는 졸전끝에 0-3으로 어이없는 패배를 당했다. 뉴욕은 1차전에서 승리하며 쉽게 2라운드 진출을 이루는가 싶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주전센터 마커스 캠비 가족의 인질극 사건이 벌어지면서 토론토에게 2-3으로 패하고 말았다.

물론 그들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었다. 마이애미는 모닝과 존스가 시즌후반 뒤늦게 복귀하면서 주전라인업에 혼란을 준 것이 조직력을 허물어진게 한 원인이었고, 뉴욕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캠비가 인질사건으로 인해 정신적인 혼란에 빠진 것이 커다란 이유였다.

그렇다고 해도 마이애미는 주전 포인트가드 팀 하더웨이가 공수양면에서 뚜렷한 노쇠화를 보여주는 등 문제점을 노출했고, 뉴욕 역시 앤토니오 데이비스에게 인사이드를 농락당하면서 더이상 단신농구의 한계를 정신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이제 두팀은 다음시즌을 대비하여 팀에 큰변화가 이루어질것으로 생각된다. 마이애미는 새 포인트가드를 찾기 위해, 뉴욕은 인사이드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먼저 뉴욕은 크리스 웨버의 영입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웨버가 이끄는 세크라멘토는 이미 레이커스에게 0-4로 허무한 패배를 당했고, 웨버 역시 부진한 야투율을 보이며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또한 이미 시즌중반에 뉴욕의 라트렐 스프리웰은 시즌이 끝난후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웨버의 영입에 확신을 가졌었고, 이에 웨버도 새크라멘토라는 작은 도시를 떠날 것이라는 뜻을 비춘 적이 있다.

만약 웨버가 뉴욕으로 가게 된다면, 샐러리캡 문제로 인해 재계약후 뉴욕으로 트레이드하는 형식으로 이적을 해야한다. 이경우, 뉴욕에서는 마커스 캠비, 앨런 휴스턴, 마크 잭슨 중 적어도 2명의 선수는 팀을 떠날 공산이 크다. 스프리웰의 경우 웨버를 영입하는 열쇠가 되는 선수이고, 현재 뉴욕팀 클럽하우스의 정신적인 리더이므로 남을 것이다.

뉴욕의 또 다른 소문은 패트릭 유잉이 복귀한다는 것이다. 유잉은 올시즌을 끝으로 계약기간이 끝났고, 뚜렷한 노쇠화를 보여준 뒤라 더이상 많은 팀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본인이 은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고, 그를 시애틀로 보냈던 뉴욕에서도 아쉬워하고 있는 분위기인지라 단순히 설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만약 위 두가지가 성사될 경우, 유잉과 웨버가 버티는 인사이드는 말할것도 없이 동부에서 최강의 전력이다. 또한 잭슨과 휴스턴이 떠난다고 해도 스프리웰이 원래 포지션인 슈팅가드로, 라이스 역시 제 포지션인 스몰포워드로 돌아가고, 포인트가드는 찰리 워드가 맡아주면 되기 때문에 큰 출혈은 없을듯 싶다.

마이애미의 경우, 우선 모닝의 복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최대문제이다. 이미 병원측에서 모닝이 코트로 돌아갈지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고, 모닝은 주치의가 뛰지 말라고 하면 목숨까지 걸면서 억지로 뛸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는 포인트가드 문제이다. 하더웨이는 계약이 끝났고, 이번 플레이오프에서의 실망스러운 모습을 생각할때 재계약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기서 마이애미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먼저 플레이오프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준 에디 하우스를 주전으로 쓰고, 앤서니 카터로 하여금 뒤를 받치게 하느냐는 것이 첫번째 선택이고, 최근 시애틀이 트레이드 카드로 내놓은 게리 페이튼을 잡느냐는 것이 그 두번째이다.

팻 라일리의 스타일을 생각할때 후자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라일리는 선수비후공격을 강조하는 스타일인데다가, 경험없는 젊은 선수들을 함부로 기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에디 하우스가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것은 라일리가 원하는 수비가 아니라 뛰어난 공격력이었다.

게리 페이튼의 경우 라일리의 구미에 딱 맞는 선수이다. 리그 최고의 수비수중 하나일 뿐만아니라 공격에서도 포인트가드중 최고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에 합당한 카드를 제시할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마도 메이슨+알파의 카드로 영입할 수 있다면 최상일 것이다.

마이애미의 경우도 모닝이 복귀하고 페이튼을 영입할 경우, 선수 이름만으로도 최고의 수비팀이 된다. 페이튼, 에디 존스, 모닝은 이미 수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선수들이고, 올시즌 세컨드 수비팀에 선정된 브루스 보웬도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들어서 NBA는 뚜렷한 서고동저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만 봐도 레이커스와 샌앤토니오 스퍼스가 펼치는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이 실질적인 결승으로 불리우고 있는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NBA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동서부의 균형은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리고 불균형의 타파는 필라델피아, 밀워키 같은 신진강호들에다가 뉴욕, 마이애미같은 전통의 강호들이 전력보강을 통해 명예회복을 할때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