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도 동방예의지국 [4]

중앙일보

입력

인터넷은 일반 사회보다 더욱 다양하고 광범위한 자유를 제공합니다. 또한 네티즌은 이러한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자유의 범위는 어디까지나 네티즌들의 자율성에 따라 달라질 문제입니다.

사실 ''법 없이 살 사람''보다 ''강제를 안해도 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더 좋은 사람이는 말이 있는데 전자는 무법주의에 가깝지만 후자의 경우 자율성에 의한 규제를 좀 더 중시하는 민주 사회에 걸맞는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좋은것은 네티즌들 스스로 자율적인 규제 하에 인터넷을 즐기는 것입니다. 자율적인 규제하에 인터넷을 즐긴다면 관리자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사실 그게 가장 좋은 시스템입니다.) 경찰도 사회 범죄 소탕에 인력을 더 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무법과 무한정의 자유를 주장하며 자율적인 규제조차 거부한다면 인터넷은 매우 혼란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게 인터넷이라는 현실입니다. 중앙의 지배자가 없고 통일된 관리/행정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인데 사실 10년전의 PC통신과 지금의 인터넷을 비교해보면 후자가 더욱 혼란스러운게 사실입니다.

과거보다 네트워크 세상에 들어온 사람이 늘기도 한것이 원인이지만 양적 팽창에 집착한 인터넷 인구 확산 원리로 인해 네티즌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게 된 사용자들이 늘면서 이러한 자율성이 희박해 졌다는 것 또한 중요한 원인이 될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모든 구성원이 져야 할 책임입니다.

여기에서 잠시 끔찍한 상상을 하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넷에서 무법, 무한정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고 아무런 예의도 없이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이 늘어나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관리자들이 손을 댈 수 없을정도로 그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했을 때 이후 어떻게 인터넷은 바뀔까요? 무한정의 자유가 구현되는 것일까요?

사실 조금만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보신 분이라면 따로 생각할것도 없는데 그 때는 정부라는 공권력이 인터넷과 네트워크를 바로잡기(?)위해 뛰어들게 될 거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라는 공권력은 원칙적이고 강력한 규제와 통제를 좋아하는 존재임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온 분들이라면 누구든 아실 것입니다. 정부에서 인터넷을 통제하게 되면 인터넷에는 지금과 같은 생기는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정부에서 직접 관여한것 치고 제대로 활력있게 된 문화 활동은 거의 없었습니다.)

정부를 통한 직/간접적인 규제는 크게 늘어날 것이며 규제 수준 또한 지금까지의 자율 규제나 관리자를 거치는 규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력해질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망상이 아닌 현실의 일을 좀 더 앞으로, 그리고 비관적으로 가정해본 것일 뿐입니다. 현재 인터넷 대국인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 정부조차 기회만 보이면 인터넷/네트워크 사회에 간섭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현실화되어 나타난 적도 한두번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예를 들자면 해킹을 방지한다는 명분하에 진행된 게임방 IP 등록제와 같은 것이 좋은 예입니다. 이는 네티즌들의 항으로 인해 반쪽의 성공에 그쳤지만 정부는 기회만 되면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직접 인터넷을 통제하게 되면 인터넷에서 지금과 같은 자유는 찾아볼 수 없게 된다는건 앞에서도 말한 바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자유를 인터넷에서 누리고자 한다면 정부와 같은 공권력이 직접 뛰어들 구실을 만들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율적인 그리고 최소한의 규제 항목을 갖추어야 하고 그것을 모든 네티즌이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지금 당장 누리는 방종과 같은 자유는 결국 영원한 자유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는 한국의 네티즌은 이러한 최소한의 규제도 못지켜 가진것도 뺏기는 어리석은(?) 존재는 아닐것이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확신이 흔들리지 않기를 오늘도 바라면서 필자는 게시판을 검색하고 있습니다.

자료제공 : pcBee(http://www.pcbee.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