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貰 비켜라, 돈 되는 日貰 나간다

중앙일보

입력

초단기 임대상품인 일세가 뜨고 있다. 주택이든 상가든 종류를 가리지 않고 강남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세형 다가구주택은 그래서 발빠른 재테크투자자들의 관심대상물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세가 뜨는 이유는 간단하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며 1%라도 더 높은 임대금리를 얻으려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생각과, 장기임대를 원치 않는 임차인들의 생각이 서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자들이 월세를 일세로 돌려 임대하면, 아무래도 한 단계 더 높은 금리를 얻게 된다. 임대주택의 예를 들어보자. 서울 강남쪽 논현동, 반포동 등에 소재하고 대지가 70∼80평, 건평이 2백50∼3백평, 원룸이 15가구 정도 있는 다가구주택(원룸주택)의 매매가는 13억원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이 다가구주택을 임대했다고 치자. 그러면 보증금 3억원에 월 1천만원의 월세를 받는다. 이때 실제 투자비는 10억원. 그러면 세전금리가 연 12%다. 하지만 세후금리는 이보다 당연히 더 낮다. 재산세, 종합토지세, 임대사업소득세 등을 내고 나면 세후금리는 6%로 떨어진다. 물론 나중에 다가구주택 건물가격이 올라서 팔 때의 매매차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건 나중 얘기다.

아무튼 현재 서울 강남쪽 12평형, 실평수 7평 원룸 다가구의 경우 보증금 5백만원에 월세 40만원 선. 이 월세를 하루짜리로 계산하면 하루 1만3천원 선이다. 그런데 이 월세를 일세로 돌리면, 보증금이 없어지는 대신에 일세가 2만∼2만5천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어 오른다. 일반 숙박업소가 하루에 3만∼3만5천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그리 비싼 편도 아니다. 그래서 일세형 원룸주택이 숙박업소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일세형 임대주택수요가 많은 지역은 서울 반포동, 논현동, 역삼동, 대치동, 도곡동, 천호동, 신촌동, 아현동 등이다. 임대인이나 임차인 모두 일세라는 표현을 하긴 하지만 사실 엄밀한 의미의 일세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임차인은 일세로 계산해서 한꺼번에 돈을 선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3일 동안 일세 원룸에 머문다고 하면 3일치를 미리 내야 한다. 그래서 여기선 3일세, 5일세, 주일세, 보름세라는 표현을 한다.

일세형 원룸주택을 이용하는 이들은 다양하다. 강남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70% 정도 되지만, 지방에서 서울로 출장온 직장인들도 꽤 많아 30%를 차지한다. 출장 올라온 직장인들은 “일세 원룸가격이 일반 숙박업소에 비해 저렴하고 시설도 마음에 든다”는 말도 한다.

이 같은 일세 현상과 관련, 정성진 포시즌컨설팅(www.fsr114.co.kr) 본부장은 “일세를 겨냥한 다가구 원룸주택은 요즘 같은 저금리시대에는 권할 만한 재테크 수단”이라며 “지난해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일세형 주택수요가 올들어 본격화됐고, 이제 도입 초기단계라고 보면 적당하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일세형 다가구주택을 집주인 대신 관리해주는 회사도 생겨났다. 이 같은 원룸주택에 잠시 살기를 원하는 이들을 찾아내, 입주시키는 한편 집주인을 대신해서 수수료를 받고 일세 관리를 해주는 회사다. 일세형 다가구주택 투자자들은 1년에 10%의 투자수익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관리회사에 관리를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가에도 일세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이대 앞 의류상가인데 ‘가게 안의 가게’인 점이 특징이다. 장사하는 가게의 일부를 떼어내 일세로 빌려주는 형식이다. 도입된 지 벌써 1∼2년이 됐다. 주상복합아파트의 상가나, 분양된 전문상가에 가면 이 같은 상가 일세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가 일세의 경우 보통 15일 정도 장사를 한다는 내용의 사용계약서를 쓴다. 그러다 일세를 끝마치고 나가게 되면 3일 전에 통고를 한다. 이때 일세는 모두 선납이다.

비어 있는 상가 1층 사무실이 일세 형식으로 보름이나 한 달 정도의 최단 기간 동안 임대되는 경우도 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보자. 현재 서울 강남역 근처 테헤란로 옆에 있는 B빌딩 1층을 보자. 크기는 1백20평형(실평수 70평)인데 한 달 동안 일세로 빌리는 것으로 하고, 30일치 일세 9백만원을 선납하고 장사를 하고 있다. 업종은 이불장사. 이 같은 일세형 장사를 하는 이들은 메뚜기처럼 며칠 동안 판을 벌여 장사를 하다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여름엔 이불이나 그릇, 속옷장사를, 겨울엔 스키장비나 스키복 장사를 많이 한다. 이 같은 일세형 메뚜기식 장사는 강남 테헤란로나 강남대로는 물론이고 이미 서울시내 전역에 널리 퍼져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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