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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생도들 '나이키' 운동화 못 신게 된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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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년부터 육·해·공군 사관생도들이 사병과 똑같은 운동화를 신는다. 지금까지 사관생도들은 나이키·아식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 조깅화를, 사병들은 저가 운동화를 보급받았다. 국방부 당국자는 27일 “켤레당 5만원 내외에서 지급하던 사관생도의 운동화를 내년부터 일반 사병들이 신는 운동화로 교체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책정한 운동화 예산은 사관생도용 4만6000~5만원, 사병용 1만6000원이다.

 ‘운동화 평준화’의 표면적 이유는 예산 절감이다. 이번 조치로 국방부는 연간 약 1억원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따로 있다. 지난 5월 재고 부족으로 일부 신병들에게 운동화를 지급하지 못한 게 발단이다. 당시 ‘사병들은 저가 운동화도 못 신는데, 사관생도들은 값비싼 고급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방부는 이런 형평성 논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서둘러 평준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군 내부에선 즉각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이유다. 신병에 대한 운동화 보급 지연은 조달 과정에서 납품이 늦어진 것일 뿐이며, 사관생도의 운동화와는 별개 사안이란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병사들의 복지를 강조하면서도 운동화에서 하향 평준화를 결정한 건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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