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푸틴 ‘푸시 라이엇’ 멤버 2명 러시아 탈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교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연을 한 혐의로 경찰에게 쫓기던 러시아의 페미니스트 펑크 록 그룹 ‘푸시 라이엇’ 멤버 2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앞서 검거된 멤버 3명은 이미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유죄 선고를 받은 멤버 가운데 한 명인 나데즈다 톨로코니코바(22)의 남편 표트르 베르질로프는 26일(현지시간) 푸시 라이엇 트위터 계정에 “멤버 2명이 성공적으로 러시아를 탈출했고 새로운 활동을 도울 외국의 페미니스트들을 발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경찰이 추적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겠지만, 그들은 러시아 경찰의 손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에 피신해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 러시아에 멤버 12~14명 정도가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푸시 라이엇 멤버 5명은 지난 2월 모스크바에 있는 러시아 정교회 중심지 ‘구세주예수그리스도 교회’ 제단에 올라가 스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성모여, 푸틴으로부터 러시아를 구하소서”라는 가사의 노래를 불렀다. 대선을 앞두고 키릴 총대주교가 노골적으로 푸틴을 지지하자 정교유착을 비판한 것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신원이 밝혀진 톨로코니코바와 마리야 알료히나(24),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29) 등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기소돼 최근 법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러시아 야권은 물론이고 인권단체와 문화예술인 등을 중심으로 국제적 비판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남은 멤버 2명도 잡아들이겠다고 선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재 멤버 3명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