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동부화재 사장 “온라인 공략 덕 … 16년 만에 차보험 2위 탈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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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동부화재 사장이 27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자동차보험 시장 2위에 올라선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는 동부화재의 전신(前身)인 한국자동차보험이 설립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강정현 기자]

김정남(60) 동부화재 사장은 자동차보험은 애물단지라고 배웠다. 동부그룹에 입사한 지 5년째이던 1984년, 동부화재에 발령나 가보니 분위기가 그랬다. 한국 최초의 자동차보험 전문회사였던 ‘한국자동차보험’을 83년 인수해 출범한 게 동부화재였다. 인수 당시 이미 2000억원의 적자가 쌓여 있었다. “자동차 보험은 돈이 안 될 때였지요. 고객을 줄일수록 이익이 난다더군요.” 고객을 늘리기보다 고객을 줄이는 것부터 배웠다. “이런 회사에 다녀야 하나 싶었지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사장으로 취임한 지 2년, 동부화재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2위를 탈환했다. 4월 시작되는 2012 회계연도 들어 7월까지 동부화재의 시장 점유율은 15.9%. 업계 2위였던 현대해상(15.6%)을 간발의 차이로 앞섰다. 삼성화재·현대해상에 눌려 만년 3위 자리를 지킨 지 16년 만이다. 올해는 한국자동차보험 설립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겹경사를 맞은 그를 27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만났다.

 - 요즘 실적이 좋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성장세 덕분에 지난해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게 감회가 새롭다. 처음 입사했을 때 정체성 혼란이 심했다. 자동차보험에서 출발한 회사인데, 자동차보험을 포기하다시피 하면서 살아남았다.”

 - 최근 자동차보험 부문이 성장한 비결은.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2004년부터 다져놓은 토대가 빛을 발하고 있다. 전체 자동차 보험의 40% 정도가 온라인 매출이다. 제휴를 통해 확보한 고객 명단이 상당히 많이 쌓였다. 온라인보험 전문 상담요원 1200명도 지난 8년 동안 쌓은 기량이 무르익었다.”

 - 온라인 시장에 빨리 진출한 편은 아닌데.

 “선발 주자보다 3, 4년 정도 늦게 진출했다. 온라인보험 전문회사가 아니어서 제약도 많았다. 기존 설계사가 온라인보험 광고를 하면 ‘우리 밥줄을 끊는 거냐’며 항의했다. 그래서 홈플러스·SK 같은 기업체와 제휴해 고객을 찾아나서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광고비가 적게 들어 오히려 지금은 이 방식을 택한 게 좋았다고 본다.”

 동부화재에 사원으로 입사해 최고경영자(CEO)가 된 건 그가 처음이다. 그가 지점 영업을 맡으면 그 지점이, 본부를 맡으면 그 본부가 전국 1위를 했다. 98년 호남·충청 지역을 아우르는 지방사업본부장으로 부임했을 땐 전국 손해율 꼴찌인 본부를 1년 만에 전국 수익률 1위로 만들었다. 2005년 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이 됐을 땐 홈쇼핑·방카슈랑스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 어떻게 한 건가.

 “내가 사장 취임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걸 돌아보다가 단어를 하나 만들었다. ‘실상추구’라고. 실상이 뭔가. 있는 그대로다. 허례허식을 다 버리고, 허상을 좇지 말자는 말이다. 보험회사는 실적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실적을 부풀려서 보여주려는 성향이 많다. 그런 걸 다 금지한다. 자기 계약을 하거나 보험금 지급액을 축소하다 걸리면 가만 두지 않는다. 철저히 실리만 추구하게끔 한다.”

 국내 보험시장이 포화에 다다르면서 손해보험사도 해외 진출이 화두다. 많은 보험사가 중국 공략에 나선 것과 다르게 동부화재는 미국에 집중하고 있다.

 - 왜 중국이 아니라 미국인가.

 “중국 시장에서 외국 보험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1.1%에 불과하다. 사실상 개방되지 않은 시장이라고 본다. 중국 칭다오에도 사무소를 내고 연구는 하고 있지만 아직 뛰어들 생각은 없다.”

 - 미국 시장 역시 경쟁이 심할 것 같은데.

 “아니다. 한국식 자동차보험 서비스를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고 나고 이틀 만에 출동해도 빠르다고들 여기는 고객에게 한 시간 만에 출동해 봐라. 벌써 미국 시장에서 연 매출이 1000억원에 가깝게 올라갔다. 2014년까지 이 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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