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인도식당 '달(DAL)'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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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내 식탁에 가끔 오르는 메뉴 중에 카레라이스가 있다. 더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흰 쌀밥 위에 부어진 노란 카레소스. 매콤하고 톡 쏘는 독특한 향이 잃었던 식욕을 돋우는데 그만이다.

게다가 카레가루를 물에 개서 후다닥 만들어 낼 수 있는 간편식이다 보니 반찬 준비가 제대로 안됐거나 나들이.휴가철 식단을 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메뉴다.

이렇듯 친근한 카레라이스는 원래 인도음식. 그러나 중국 전통 요리에 자장면이 없듯이 인도에 카레라이스는 없다. 인도 음식의 커리(curry) 가 일본을 거치면서 인스턴트 식품으로 바뀌어 국내에 상륙한 것이다.

그럼 인도의 전통 커리는 어떤 것일까.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 있는 인도식당 '달(DAL) ' 에 가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장미 꽃잎이 깔린 조그만 분수대, 흙을 바른 듯한 갈색 벽면, 은은하게 들리는 인도 음악 등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면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투박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차분함이 약속시간을 맞추느라 분주했던 마음을 금방 편안하게 한다.

메뉴판을 펴면 온통 생소한 음식뿐이지만 뒤쪽으로 가면 커리와 흰 쌀밥이 눈에 띈다. 이곳의 커리는 우리나라의 카레덮밥이 아니다.

양고기.닭고기.야채 중 한가지만 넣어 만든 것인데 향신료나 들어간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13가지 커리 중에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새우 커리인 '진가 마살라(1만8천원) ' 를 주문했더니 대하 네 마리가 커리소스에 담겨 나왔다. 색깔도 노란 색이 아닌 황토색이다.

이것을 안남미 보다 더 찰기가 없어 날아 갈 듯한 쌀밥(1천5백원) 에 버무려 먹던가, '난(2천원) ' 이란 밀가루로 얇게 빚어 구운 빵에 찍어 먹었다. 갖가지 향신료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코와 혀를 강하게 자극한다. 그렇다고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워낙 카레에 익숙해 있어 오히려 색다른 친근감이 느껴진다.

이밖에도 인도식 만두인 '사모사(4천원) ' 와 요구르트로 만든 전통음료 '랏시(4천원) ' , 인도 스타일 그대로 굽는 화덕 숯불구이 '탄두리(1만5천~2만원) ' 를 곁들이면 인도 음식을 풀코스로 즐기는 셈.

어른 세명이 이 정도 음식을 골고루 맛보려면 8만~9만원은 각오해야 하는데 다음주부터 음식값을 10%정도 인상할 예정이라니 서둘러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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