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내줘 사업비 던 성북동 용적률 받아 고층 짓는 미아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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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때 성매매업소 500여 곳이 모여 불야성을 이뤘던 서울의 대표 집창촌인 ‘미아리 텍사스촌’이 2015년이면 자취를 감추게 된다.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인근에 위치한 미아리 텍사스촌은 2000년 김강자 서울 종암경찰서장의 청소년 성매매 집중 단속과 2003년 성매매특별법 제정 여파 등으로 크게 위축됐다. 그 뒤 2005년 재개발사업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탈바꿈을 시도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재개발은 지지부진했다. 서울시가 진척이 느린 미아리텍사스촌 일대의 재개발 사업의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다른 재개발사업 지역으로부터 용적률을 추가로 제공받는 내용의 결합개발방식이다.

 서울시는 26일 전국 최초로 ‘별도조합형 결합개발방식’을 도입해 성북2 정비구역(성북동 226-106번지 일대)과 신월곡1구역(하월곡동 88-142 일대)을 각각 한옥마을과 역세권 복합주거단지로 개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거리가 3㎞ 떨어진 두 개의 정비구역을 하나로 통합해 용적률을 주고받는 방식을 통해 재개발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성북2구역(부지 7만5000㎡)은 2015년께 한옥과 저층주택이 어우러진 한옥 마을로 탈바꿈한다. 4층 이하의 테라스 하우스 410채와 한옥 50여 채가 들어선다. 신월곡1구역(42만㎡)에는 주거·판매·숙박·업무 시설 등 다양한 용도의 건축물이 2018년까지 들어서게 된다. 2015년까지 기존 건물은 모두 철거될 예정이어서 미아리 텍사스도 사라지게 된다.

 미아리 텍사스촌이 있는 신월곡1구역의 재개발 사업은 부동산 경기 탓에 진척이 늦었다. 반면 개인 주택 밀집지역인 성북2구역은 문화재가 걸림돌이었다. 노후 주택이 93%에 달해 재개발이 시급하지만 인근에 서울성곽과 심우장(만해 한용운 선생이 숨진 곳) 같은 문화재가 있는 데다 북악산 도시자연공원 근처의 구릉지에 위치해 있어 고밀도 개발도 불가능하다.

이처럼 두 지역에 결합개발 방식이 적용되면 용적률 이양이 가능해진다. 즉 신월곡1구역은 성북2구역 용적률을 넘겨받아 고밀도 개발이 가능해진다. 성북2구역은 고층은 짓지 못하지만 이양해준 용적률만큼 신월곡1구역에서 사업비를 더 부담하게 돼 개별분담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류훈 서울시 주택공급정책관은 “결합개발 사업에서 조합은 각기 별도로 있지만 하나의 정비구역이기 때문에 주민이 원하면 다른 구역에서 집을 배정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의 성과를 봐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이 서로 용적률을 사고팔 수 있는 용적률 이양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다.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 비율. 연면적은 건축물 각 층의 바닥면적의 합계로 계산된다. 용적률이 올라가면 그만큼 고층으로 건물을 지을 수 있어 재개발 사업 등에서는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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