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대회] LIG, 17년 만에 ‘우승 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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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수·하현용(왼쪽부터)을 비롯한 LIG손해보험 선수들이 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컵 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삼성화재를 3-0으로 꺾고 창단 후 프로대회 첫 우승을 확정지은 뒤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연합뉴스]

#1. 2세트 14-12로 앞선 상황. LIG손해보험의 김요한(27)이 공을 던져 올린 뒤 활처럼 몸을 구부리며 뛰어올랐다. 그의 손을 떠난 서브는 쏜살같이 상대 코트 왼쪽으로 날아갔다. 공은 아깝게 라인을 벗어났지만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움찔할 정도로 그의 곁을 휙 스쳐 지나갔다. 김요한은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묘한 미소를 지었다.

 #2. 삼성화재의 고희진(32)은 분위기 메이커로 유명하다. 고참이면서도 가장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동료가 실수를 해도 웃으며 다독인다. 그러나 이날은 그러지 못했다.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어린 선수에게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탄탄한 조직력으로 재무장한 LIG는 실수를 해도 웃을 수 있었다. 반면 삼성화재는 프로배구 V-리그 5회 연속 우승 구단의 자존심을 구겼다. LIG가 26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컵 배구대회 남자부 결승전에서 삼성화재를 3-0(25-15, 25-20, 25-20)으로 꺾고 프로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1976년 금성통신배구단으로 출발한 LIG는 LG화재 시절인 95년 전국체전에서 딱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프로배구에서는 리그와 컵대회를 통틀어 우승이 없었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는 6위에 머물러 체면을 구겼다. 그러나 LIG는 이날 완전히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에이스 김요한은 성공률 65%의 순도 높은 공격으로 23점을 쓸어담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베테랑 이경수(33)는 12점을 올리며 김요한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다른 선수들도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와 파이팅 넘치는 블로킹으로 점수를 쌓았다.

 LIG는 1, 2세트를 잇따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3세트에서는 초반 삼성화재의 공세에 끌려갔다. 그러나 LIG는 박철우의 공격 범실을 틈타 17-16으로 전세를 뒤집었고, 이경수가 서브 에이스 2개, 김철홍(31)이 블로킹 득점을 터뜨리며 삼성화재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경석 LIG 감독은 “세터 이효동의 토스가 좋아졌고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도 잘 차단한 것이 승리의 요인”이라며 조직력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여자부 결승전에서는 런던올림픽 4강 주역 한송이(28)·정대영(31)을 앞세운 GS칼텍스가 IBK기업은행을 3-1 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한송이는 여자부 MVP(15표 중 12표)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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