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푸셴라오?’... 중국 늙으려면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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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Demography)를 놓고 요즘 말들이 많다. 연령·성별·직업별 구성이 결국 그 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과 자본시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와 연령별 구조 문제가 큰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10~20대 젊은 층이 많은 개발도상국은 피라미드형, 장년층이 많은 선진국은 항아리형이라고 부른다. 젊은 층이 많을수록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잠재 경제성장률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구매력이 큰 중·장년층이 많으면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과 소비시장이 활성화한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출발해 이제 세계의 소비시장, 자본시장으로 다변모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의 인구구조에 주목한다.

40년 뒤 인구추계로 비관하긴 일러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인구구조,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기사에서 중국의 약점을 지적했다. 2010년 현재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1.56명인 데 비해 미국은 2.08명이라는 점, 2050년이 되면 중국은 인구가 지금보다 3.4% 줄지만 미국은 30%나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뿐 아니라 같은 기간 국가별 중간연령은 미국의 경우 36.9세에서 40세로 약간 늘지만, 중국은 34.5세에서 48.7세로 고령화가 급진전될 거라고 예상했다.

중국에서도 웨이푸셴라오(未富先老), 즉 ‘부자도 못 되고 늙는다’는 자조가 번지고 있다. 못사는 사람들의 푸념이기도 하지만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기 전에 고령화의 파고를 맞게 된 국가적 위기감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서 냉철히 봐야 할 것이 있다. 중국의 40년 후 인구구조와 10~20년 후의 구조를 잘 구분해야 한다. 그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중국 인구구조의 분수령은 1949년과 1978년이다. 전자는 중국이 그 이전의 혼란을 수습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설립한 해이고, 후자는 덩샤오핑이 자녀를 한 명만 낳도록 한 가족계획을 발효한 해다. 공산화 전인 혼란기 때엔 한 해에 대략 1500만 명 정도가 태어났다면, 공산화 이후에는 2000만~2500만 명 정도 태어났다. 마오쩌뚱은 50년대 말 “중국의 힘을 키우려면 인민은 자녀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리하여 1949~79년 중국 인구는 5억 명에서 10억 명으로 두 배가 됐다.

1978년 이후는 가족계획으로 인해 출산이 연 2000만 명 안팎으로 줄었다. 중국 당국은 이러한 가족계획으로 4억 명 정도는 적게 출산한 것으로 추산한다.이러한 연유로 중국은 2010년 현재 35~44세 인구의 비중이 18%로 가장 크고, 50~59세는 11.8%다. 가족계획 기간에 해당하는 25~34세는 14%로 뚝 떨어진다. 15~24세 구간에서 그 비중이 17%로 다시 커지다가 5~14세는 13%로 다시 급락한다.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첫째, 중국은 현재 소득이 가장 많고 소비와 저축을 두루 할 수 있는 40세 전후 계층, 즉 60, 70년대에 태어난 계층이 중추다. 중국의 40~54세 인구 수를 보면 2000년에 2억3000만 명에서 2010년에는 2억9000만 명으로 6000만 명이 늘었다. 이것이 최근 10년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에서 주된 생산·소비 계층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에는 이들의 숫자가 3억3000만 명으로 4000만 명이 또 증가할 전망이다. 그 동력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2040년까지도 이 숫자는 3억2000만 명으로 큰 변화가 없다가, 2050년에는 2억6000만 명으로 6000만 명이 뚝 떨어진다. 이처럼 향후 10년 정도 중국의 주력 소비계층과 자산계층은 늘어난다. 중국의 소비 여력과 자산축적 수요는 이어질 것이다.

둘째, 중국의 고령화와 이것이 주는 부담을 봐야 한다. 중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2010년 현재 9.4%였다가 2030년에는 18.7%, 2040년에는 26.7%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18.7%, 2030년 27.1%로 전망된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만큼 중국의 고령화 속도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각국의 2010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비중을 보면 미국 16.2%, 독일 24.2%, 영국이 20.3%다. 여러 선진국이 이 정도의 고령화 수준을 웬만큼 견디고 있는 걸 보면 중국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꽤 버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창출 등 고령화 극복 지혜 나올 것
그러면 생산가능인구가 고령인구를 부양하는 부담은 어떤지 보자. 이를 위해 65세 이상의 인구를 15~64세 인구 수로 나눈 비율을 보자. 이 비율이 2010년 현재 한국은 15.4, 중국 11.1, 일본이 35.5이다. 즉 우리나라는 15~64세 사이 인구 100명에 15.4명의 고령인구가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이 수치가 2020년에 19.4, 2030년에 27.9, 2040년에 44.5가 된다. 우리나라는 2020년에 27.7로 중국보다 약 10년 정도 빠르다. 2040년이 되면 부담이 크지만 2030년 정도까지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치다.

중국의 인구구조는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을 달리할 수 있다. 하나는 곧 쏟아질 은퇴자들, 그리고 향후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것을 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40~54세의 소비와 자산계층의 성장이 지속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중국의 도시화와 중서부 개발 진전을 통해 자원의 재배치가 되면 고용 창출이 될 수 있다.
전자는 장기적인 방향이고 후자는 지금부터 20년간 일어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전자는 당국의 정책적 대응 혹은 그 사이에 나올 수 있는 혁신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영향을 줄지 모른다. 수십 년의 긴 기간을 어찌 전망할 수 있겠는가. 모두에 40년 뒤와 10~20년 뒤의 전망을 나눠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 까닭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우리는 장기적으로 모두 죽는다’라는 말을 남겼다.지금은 후자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어떤 혁신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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