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재계에 힘줘야 경제 살아"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은 15일 " '재벌 눈치보기' 가 과거보다 현 정권 들어 더 심해졌다" 고 주장했다.

전날 자신이 발표한 '재벌 개혁정책 개선론' 을 민주당이 "재벌을 향한 선심공세, 재벌 편들기" 라고 규정한 데 대해 金의장은 "뚱딴지같은 소리" 라며 이렇게 반박한 것.

그러면서 "현 정권이 재벌을 규제하겠다면서 현대그룹에는 수조원씩 퍼붓고 있다. 재벌정책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날 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은 "DJ 재벌개혁의 한계가 드러났다" 고 판단, 재벌정책 개선론을 밀어붙이기로 다짐했다.

이를 둘러싼 쟁점 선점(先占)에 성공했고, 여론의 흐름도 나쁘지 않다는 게 한나라당의 판단이다.

당 관계자는 "과거엔 야당이 거론하기에 부담스런 쟁점이었지만 지금 경제여건이 안 좋다 보니 오히려 먹혀들고 있다" 고 설명했다.

그는 "심각한 실업문제의 해법(解法)은 재계를 압박하기보다 힘을 주고, 이를 건전한 투자확대로 연결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 측면은 노동계도 일정 수준 공감할 것으로 본다" 고 주장했다.

이런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은 이날 경제대책특위에서 대기업 설비투자 세액(稅額)공제폭 확대▶부가가치세율 2%포인트 인하▶개발부담금제 폐지▶부동산 양도소득세 비과세 문제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경제특위에는 이상득(李相得).나오연(羅午淵).이한구(李漢久)의원도 들어있다.

'재벌정책 변화론' 을 주도하고 있는 金의장은 자신의 경제장관 시절(5공 때 재무부 장관→경제부총리)을 회고하며, 자신이 판단하는 지금의 재벌규제 폐단을 설명했다.

그는 "현 정부가 쓰는 재벌규제책은 내가 경제장관 때 사용하던 방법 그대로다. 수십년간 써온 규제 일변도의 재벌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고 못박았다.

金의장은 "재벌은 때린다고 되는 게 아니라 효율적으로 관리해 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 최선" 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金의장은 재벌정책 대안(代案)들이 '재벌 옹호책' 이 아님을 해명했다.

"집단소송제나 사외이사제.감사위원회 등 재벌들이 반대하는 제도를 과감히 도입해 회계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 말했다.

부(富)의 세습문제에 대해서도 "지금 (재벌들은)3, 4세까지 내려가게 생겼다. 현재의 상속세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ho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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