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존재 이유 상실한 통진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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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산업노조연맹이 23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통합진보당에 입당한 조합원들의 집단탈당을 결의했다. 서비스연맹은 4·11 총선을 앞두고 조합원의 통진당 집단가입운동을 벌여 2000여 명의 신규 당원을 입당시킨 바 있다. 이날 중앙위 결의에 따라 올 하반기 중 이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조합원이 탈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민주노총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제명에 실패한 통진당을 비판하며 공식적으로 지지철회 선언을 한 게 열흘 전이다. 서비스연맹은 민주노총 선언에 기초해 산하단체로서 조직적으로 후속조치를 실천한 셈이다. 민주노총의 다른 산하단체인 금속노조의 로템노조도 어제 노조원 129명이 통진당을 집단탈당했다. 지난 5월 현재 통진당 당원은 7만5000명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 중 3만5000명 정도가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추산된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줄탈당은 통진당의 물적·정치적 기반이 밑으로부터 와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아울러 껍데기만 남은 통진당의 마지막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석기의 옛당권파가 이제 선택할 일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 당을 하루속히 해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기갑·유시민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이끄는 신당권파는 통진당이 국민에게 버림받아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다며 당을 해산하고 새로운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석기 의원이 이끄는 옛당권파는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부정선거를 기획했으며, 폭력사태를 빚은 데다 국고사기 사건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북한 핵실험의 최종 목표는 통일의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것”이라는 공공연한 주장에서 보듯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지불되는 매년 27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만한가 하는 의문에 직면해 있다. 당의 물리적 지지기반이 밑에서부터 와해되고, 진보정당의 재구성이란 새로운 요구가 내부에서 나오고, 국민의 의문이 가중되고 있다. 이제 이석기의 당권파가 스스로 당 해산을 결심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과 아무런 관계없이 ‘좌파(左派)산업’의 이권에만 골몰하는 집단이란 손가락질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